부산시장 선거전을 보는 착잡함
부산시장 선거전을 보는 착잡함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03.2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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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부산시장 선거전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집사노릇을 하던 인물이 출사표를 내밀었다.

그는 이명박의 청와대에서 갖은 일을 도맡았던 인물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을 시작으로 홍보기획관과 정무수석을 지냈다. 이명박의 임기 말에는 사회특별보좌관을 지내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한 인물이다. 그의 이력을 쭉 훑어보면 이명박의 분신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다. 그런 그가 떡하니 새로운 부산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부산시장에 출마했다. 답답한 것은 그에 대한 지지도가 다른 후보들을 압도하고도 한참이나 남는다는 점이다.

도대체 이명박이 누군가? 그는 대통령에 재임하면서 온갖 범죄를 자행한 인물이다. 유력인사들을 사찰하고, 뇌물을 받은 것이 입증된 인물이다. 새빨간 거짓말을 세간에 뿌려대다가 들통 나서 구속된 인물이다. 국가의 재정과 국토의 물길을 거덜 낸 인물이다. 그런데 그의 수족이나 진배없는 화상이 부산시장을 해보겠다고 설친다.

속죄와 자숙의 모습을 보여도 모자랄 인물이다. 땅에 코를 박고 있어도 남을 것이 없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대명천지에 대한민국 2대도시의 수장자리를 꿰차겠다고 깝죽댄다. TV에서 정치평론을 한답시고 횡설수설을 늘어놓을 때도 기가 막혔었는데,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긴 이명박이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는 인물들이 양양하게 주접을 떠는 판국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한동안 재야의 명망가로 활동하다가 뜬금없이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일에 뛰어든 사람이다. 그는 지금도 이명박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저번에 사면논란이 불거졌을 때도 사과가 먼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 ‘잘못한 것이 없는데 무슨 사과냐’고 쉰 목소리로 핏대를 세웠다. 사정이 이런 정도니 부산시장에 나선 인물도 이명박의 사면을 언급하면서 ‘국민의 공감대보다 대통령의 대 국민설득이 먼저’라고 윤리(倫理)가 물구나무 선 소리를 읊어대기도 했다.

선택은 부산시민 몫이다. 부산시민들이 그를 선택한다면야 대전에 주소지를 두고 있는 내가 어쩔 도리는 없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현 정권을 심판하겠다고 벼르는 시민들이 많다면서 보수언론들은 연일 그를 칭송한다. 이대로 선거가 진행된다면 부산시장 자리는 따 놓은 당상이 될 판이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그런데 이런 고약한 양상을 그대로 방치해도 정말 괜찮은 건가?

희대의 범죄자를 주구장창 쫓아다니던 인물이 오히려 큰소리를 치는 이 난장판을 두 손 놓고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하는가 말이다.

심장이 벌렁거린다.
과거를 잊으면 그 과거는 그대로 되풀이 되는 법인데, 참 우울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