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피해 장애아동 전용 쉼터 절실하다
학대피해 장애아동 전용 쉼터 절실하다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4.0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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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고, 장애인들의 삶을 더 힘든 지경으로 내몰고 있다. 서비스 제공 기관 이용의 제한으로 가정 내 활동시간이 늘면서 가정 내 장애인 학대피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 정인이 학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주변인들의 신고와 경찰과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활동으로 아동학대 사건이 많이 발견되고 있으며, 이 중 18세 미만의 피해 아동이 장애를 가진 경우도 상당수에 이르고 있다.

장애아동의 학대는 가정 내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발견이 쉽지 않아 장기간에 걸쳐 학대행위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학대행위는 신체, 정서적 학대와 열악한 의식주 문제, 의료적 방치 등의 방임행위가 대부분이다. 최근 의료계의 연구에 따르면 학대피해 아동(장애아동 포함)은 심각한 신체적 후유증, 신경생리에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 증가, 부주의, 과격성, 우울증,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PTSD)의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에 처하게 되며, 학대피해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뇌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장애아동이 학대피해자인 경우, 지원의 최우선 원칙은 가정으로부터의 신속한 분리와 심리적 안정과 치료를 통해 피해 최소화 및 재발 방지 그리고 피해아동의 회복을 돕는 것이다.

경기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장애아동이 학대피해자로 신고․접수되는 경우는 두 가지다.

먼저 경기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직접 신고․접수되는 경우와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로부터의 접수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은 장애아동 조사 협조와 장애아동 보호 장소에 대한 문의가 주를 이룬다.

아동학대 관련 쉼터, 가정폭력 관련 일시보호 기관 등에 문의해도 장애아동을 보호할 전문 인력이 부재하여 받을 수 없거나 경기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서 ‘장애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장소가 있는가’이다. 두 경우 모두 원칙적으로 피해 장애아동을 원가정 분리 즉, 신변의 위험요소로부터 안전 확보를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장애아동을 보호할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피해아동에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 이용이 제한되어’ 분리가 지연되거나 원가정 분리가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서 가정 내 학대가 재발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장애아동이 쉼터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들 중 몇 가지를 소개하면, 먼저 2020년 경기도 00시 아동보호전문기관으로부터 원가정 분리 공간 요청을 받았다. 아버지와 연로한 할머니와 생활하는 12세의 자폐성장애 아동이었으며, 아버지에 의한 신체적 학대, 방치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장애아동의 학교 불출석 등의 문제가 있는 가정이었다. 장애아동은 자해 행위가 매우 심했으며, 행동 통제가 되지 않아 정신과 약을 복용하고 있는 상태였다. 경기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응급분리와 보호를 위해 우선 피해장애인 쉼터와 협의하였으나 자해행위 등 심한 도전적 행동과 정신과적 문제, 장애아동의 학업 지원에 전문적 개입과 지원이 어려워 이용할 수 없었고, 보호기관을 찾는데 시간이 지연되면서 추가 피해가 발생했던 사례였다.

2020년 경기도 00시 경찰로부터 가정 내 성폭력 피해자인 17세 여아의 원가정 분리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다. 모는 이혼하여 부재하였으며, 부는 생계로 자녀를 돌봄이 어려운 상황에서 남매간에 발생한 사건이었다. 피해아동은 지적장애와 소아당뇨와 프리더윌리증후군으로 약물과 주사를 매일해야하는 상태였다. 피해장애인 쉼터와 협의하여 약 3개월 보호 후 장애아동의 안정적 적응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적 지원, 학업, 성폭력 피해 회복 지원이 가능한 다른 곳으로 전원할 수 밖에 없었던 사례였다.

2021년 경기도 00시 경찰로부터 부, 모, 4자녀로 구성된 가정에서 아버지(계부)에 의해 미성년인 자녀가 심한 신체적 학대를 당해 원가정 분리가 급하게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다.

성인인 오빠, 초등학생인 남동생도 학대 피해가 의심되어 3남매를 함께 보호할 공간 확보를 요청하였다. 피해장애인 쉼터와 협의하여 경찰로부터 지적장애를 가진 3남매 신병을 보호하던 중 보호아동의 자해소동이 발생하여 장애아동과 다른 쉼터 이용장애인 보호를 위해 경찰에서 정신과 병원에 입원조치했고, 성인인 오빠는 직업생활 문제로 자진 퇴소하여 현재는 초등학생인 장애아동만을 보호하는 사례이다.

위 사례들은 장애아동의 심한 장애 정도와 자․타해가 심해 현재 쉼터의 인력 여건으로 전문적 돌봄이 어려운 경우, 피해 장애아동의 피해내용과 건강상태를 고려한 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경우, 분리해야할 피해아동이 다수인 가족구성원인 경우, 공통으로 학령기 아동의 학교출석 지원 등 학업 지원 문제로 쉼터이용이 어렵거나 제한 받고 있다.

장애아동이 비장애아동 쉼터나 가정폭력 일시보호소 등의 이용을 거절당하는 상황에서 장애인피해자를 전담하는 쉼터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또한 장애인 학대피해자의 90%에 이르는 성인이 쉼터를 주로 이용하고 있어 장애아동의 이용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장애연령과 장애유형에 따른 특성, 학대 피해 내용에 따른 적절한 돌봄 전문 인력 부재, 쉼터의 물리적 환경 문제도 학대 피해 장애아동의 쉼터 이용을 어렵게 하는 주요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는 학대 예방과 학대 발생 대응 전담기관으로 장애인권익옹호기관 2개소와 학대 피해 장애인의 일시보호와 회복지원을 위한 쉼터 2개소(이용정원 16명)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장애인옹호기관 1개소, 피해장애인 쉼터 1개소만을 운영하고 있는 타 광역자치단체들에 비해 기관수를 비롯하여 인력, 예산, 피해장애인 지원서비스에 있어 앞서가고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위 사례들에서 보듯이 장애아동이 학대 피해자인 경우, 응급분리부터 회복지원에 필요한 일시보호 공간 부족과 장애아동 특성과 아동기 학업 등 서비스, 피해유형에 따른 돌봄 지원에 한계가 매우 크다.

피해 아동의 연령과 장애특성 등을 고려한 적절한 보호와 돌봄이 가능하도록 장애아동 전용쉼터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가 최근 언론을 통해 공론화 되었고, 학대피해 장애아동 전용 쉼터 설치와 장애아동 지원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장애인복지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강선우 의원 대표발의 2021.1.27.) 되었다. 조속히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어 학대 피해 장애아동의 돌봄과 지원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송남영 관장 / 경기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송남영 관장 / 경기도장애인권익옹호기관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된다 하더라도 염려되는 것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피해장애인 쉼터의 경우, 2015년 시범사업 후 2017년 2월 장애인복지법 개정으로 설치근거를 마련하고도 5년이 지난 2022년에야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1개소 이상 설치가 완료된다는 점이다.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더라도 학대피해 장애아동 전용 쉼터가 언제 지역에 설치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장애인학대 대응을 위해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쉼터를 1개소씩 추가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처럼 학대 피해 장애아동 전용 쉼터 설치의 신속한 검토와 경기도 장애인인권증진에 관한 조례에 설치 근거 마련, 학대피해 장애아동 쉼터의 설치가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