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과 연대의 ‘장애계’ 이길 바라며…
협력과 연대의 ‘장애계’ 이길 바라며…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4.22 1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들이 발달장애인이 된 후 소위 ‘장애계’라고 하는 곳의 존재를 알게 됐다.

‘장애계’라는 건 실제로 그런 곳이나 범주가 있다는 게 아니라 내가 편의상 사용하는 말로서 당사자, 가족, 교사, 공무원, 의사, 치료사, 사회복지사, 활동지원사, 직무지도원, 인권활동가 등 당사자를 중심으로 그와 관계 맺는 모두를 일컫는다.

장애계의 모두는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굳이 장애계라 이름 붙인 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언론계, 보험계, 영화계처럼 당사자와 그를 둘러싼 특정 집단에도 외부와는 다른 어떤 흐름과 특징이 분명히 느껴졌기 때문인데 이 장애계라는 곳이 참 묘하다. 

장애계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을 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에 큰 위안을 받았다. 세상천지에 아들과 나 둘뿐인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이 넓은 세상엔 장애인도, 장애인을 지원하는 사람도 많았다.

처음엔 희망을 봤다.
“우와~ 우리가 하나로 뭉치면 엄청 큰 힘도 낼 수 있겠어요.”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지 오래지만 대다수 국민의 장애 인권 감수성은 수십 년 전 과거에 머물러 있고 그보다 더 시급한 장애 관련 복지 예산은 개도국 수준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알게 되면서, 장애계가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내면 큰일도 가뿐히 해낼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에 심장이 막 두근거렸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바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순진한 생각’이었음을 알게 됐는데 이곳 장애계 역시 다른 인간 세상과 마찬가지로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가득했으며 파이 나누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복지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서로의 장애 유형과 특성이 다르고 그에 따라 필요한 지원과 요구사항이 다르니 하나의 틀로 모두를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그래도 공통된 하나의 가치를 공유한다면 우리가 마치 적이라도 된 것처럼 서로를 적대시하는 건 멈출 수 있지 않겠나 싶은 것이다.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고, 차별당하지 않는다.”는 공통된 가치, 그것을 위해서라면 장애계 모두가 각자의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고 보다 큰 가치를 위해 기꺼이 힘을 합쳐 세상을 바꿀 어떤 동력을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아직도 나는 순진한 꿈을 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깨고 싶지 않은 꿈이다.

류승연 한겨레21 작가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류승연
작가 /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

4월 20일 장애인의 날, 아니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을 맞아 앞으로 해결해야 할 장애계 내부의 과제를 하나 꼽으라면 나는 감히 협력과 연대를 말하겠다. 지금 장애계 내부에서 해야 할 건 서로 겨루며 파이 나누기에 열 올릴 게 아니다. 그럴 에너지를 모아 모두가 한마음으로 ‘장애’라는 키워드의 파이를 키우는 데 힘써야 한다.

장애를 이유로 차별하고 차별당하지 않는 세상은, 그렇게 한마음으로 으쌰으쌰해도 올까말까다. 가야 할 길이 멀다. 먼 길을 가는 모두가 서로를 다독이고 손을 잡아줄 수 있는, 그런 협력과 연대의 장애계이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