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정부의 탈시설·자립생활 방안
허울뿐인 정부의 탈시설·자립생활 방안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5.0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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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정부는 ‘거주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전환 및 자립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 수립, 국가·지자체의 정책 수립지원 및 책임 명문화 등 법적 근거 마련, ‘중앙장애인자립지원센터’를 신규 설치·운영한다고 밝혔다. ‘중앙장애인자립지원센터’의 운영은 위탁형태로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맡을 예정이다.

그러면 국가 차원에서 중앙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운영될 것이니 예산은 기재부가 최종 결정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기재부 행보를 보면, 발달장애인지원센터나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충분한 예산을 제공하고 있지 않기에 중앙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도 제공되는 예산이 적을 것이라 걱정이 된다.

왜냐하면 위탁형태의 특성상 사업이 없어지면, 일자리가 없어질 수 있는 구조다.
또한, 예산이 매년 충분하다면 모르지만, 부족하다면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나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경우처럼 단기·기간제 계약직 등 고용 신분이 불안정한 일자리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탈시설 장애인 중에는 대다수가 지적·자폐성 장애인이다. 이들의 탈시설 욕구를 사정하는 데는 전문적인 의사소통 등 충분한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예산을 충분치 않게 준다면, 앞서 말한 것처럼 경력이 적은 사람들을 기간제 계약직 등으로 고용할 가능성이 높고, 이들에게 욕구 사정의 전문성을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탈시설 장애인의 욕구를 제대로 사정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오히려 장애인들이 탈시설함으로써 제대로 지역사회 내에서 지원을 받기보다는 시설에서 시설로 전원할 가능성을 더욱 부추기지 않겠는가?

또한, 중앙장애인자립지원센터와 관련한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의 민간위원 8명 가운데 자립생활운동(IL) 진영이나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당사자는 한 사람도 없다. 장애인 이용자보다는 제공자 중심의 정책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으며, 진정한 탈시설은 먼 일일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또한 복지부에서는 탈시설이라는 용어사용을 꺼리고 있으며, 시설 세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소문마저 들린다. 하지만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탈시설’을 권리로 명시했다. 과연 협약을 제대로 이행하려는 의지가 있나 의심이 될 정도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논의하는 과정에 IL진영, 그리고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당사자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IL진영이 지체장애인 중심으로 운영됐던 한계를 극복해야 함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중앙장애인 탈시설지원센터로 이름을 바꿔야 하고, 센터에 충분한 예산 지원을 위해 기재부의 인권 감수성 제고가 절실하다.

이원무 / Estas 자조모임 회원
이원무
(Estas 자조모임 회원)

마지막으로 장애 인식제고, 장애인의 삶과 욕구를 고려한 충분한 서비스의 제공 등 자립생활이 가능하기 위한 지역사회 인프라의 체계적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탈시설한 장애인이 진짜로 지역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지 않겠는가?

 그래서 이번 방안을 정부는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해 이용자 중심의 정책 수립을 위해 장애인 당사자, 장애계, IL 등의 의견을 경청하고, 그 결과를 탈시설-자립생활 정책에 반영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렇지 않은 한, 이번 탈시설-자립생활 방안은 말뿐인 허울에 불과한 것이니까.

 다시 한번 정부가 다음과 같은 말을 명심할 때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

 (우리를 제외하고 우리에 대해 논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