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탈시설화 현장을 가다.① - 미국의 자립생활(IL)센터 위탁 양육가정(Foster Home) 제도
장애인 탈시설화 현장을 가다.① - 미국의 자립생활(IL)센터 위탁 양육가정(Foster Home) 제도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5.09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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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8세인 캐롤린 오스본이라는 미국인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대학원에서 재활상담을 전공하여 지난 2007년에 석사학위를 받았다. 네브라스카에서 출생하여 시카고 재활훈련센터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존해 살다가 콜로라도에 정착한 것이다. 캐롤린은 8세 당시 교통사고를 당해 목 아래는 사용할 수가 없다. 유일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머리와 입뿐이다. 때문에 그의 홀로서기에 대한 주위의 관심과 이해는 대단하다.

입으로 운전하며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는 그녀는 이처럼 중증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입에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는 구족화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매주 1회 ‘패밀리 방송국’의 방송요원으로 장애인의 삶과 애환, 그리고 극복의지를 이웃에 전하며 용기도 북돋아 준다.

입으로 그린 그림은 각종 카드를 만들어 짭짤한 수익도 올리고 있는데 그의 카드는 크리스마스는 물론 질병 쾌유, 추수감사절, 부활절 카드 등 이웃에게 기쁨과 용기를 주는 다양한 카드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그런데 이 캐롤린 오스본이 이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자립생활센터라는 독특한 형태의 장애인 주거공간과 삶의 터전이 있기 때문이다.

내용적으로 좀 더 분석해보면 미국에서의 자립생활센터는 자립생활운동의 한 결과로서 나오게 된 제도이다. 그러니까 자립생활운동의 철학과 개념 그리고 방향을 이해하면 쉽게 미국 장애인의 재활과 복지의 근간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자립생활운동의 가장 큰 핵심적인 정신이며 일차적인 실행방안이 ‘탈시설화’ 운동이었다. 대형 복지시설이 안고 있는 폐해성과 비인격적 요소, 그리고 엄청나게 들어가는 재정적 부담 등 제문제를 해결함은 물론 장애인에게 지역사회공동체의 구성원과 함께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또한 탈시설화 운동은 새로운 형태의 ‘자립생활센터(Independent Living Center)’와 같은 프로그램을 창출해 놓았는데 그것으로 인해 소비자 개념이 확산되게 된 것이다.”

장애인이 정부와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해 살아가는 시혜적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재활과 자립의 주체로서 자기 스스로 재활프로그램을 찾고 선택, 결정할 수 있는 ‘소비자로서의 주권’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김종인 박사<br>나사렛대 휴먼재활학부 교수 /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 이사장
김종인 박사
나사렛대 휴먼재활학부 교수 / 한국사회복지정책연구원 이사장

이처럼 탈시설화는 미국 장애인 재활과 복지의 목적적 개념인 자립생활의 알파와 오메가가 된 것이다.
하지만 탈시설화의 또다른 대안적인 시설모형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지적장애나 자폐증 그리고 중증장애인을 위한 그룹홈이 있는가 하면 병원 형태의 널서리홈(Nursery Home)과 양로병원, 한낮에만 장애아동을 돌봐주는 주간보호센터(Day Care Center) 등도 있다.

이보다 더욱 진전된 탈시설화 모형이 있다면 포스터홈(Foster Home) 제도이다. 이것은 우리말로 위탁양육가정제도인데, 요보호 장애아동을 위탁할 때 정부에서 경제적인 지원을 하여 바람직하게 성장시키는 것이다. 자기 자녀로 입적을 시키거나 입양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 아빠, 아들, 딸 등으로 가족을 구성할 수 있다. 대리모나 대리부 역할을 하는 이 위탁 가정에는 장애유아만이 아니라 성인이 된 중증장애인도 오순도순 모여 살게 된다.

그런데 이때 위탁양육가정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장애인에게 있다는 점이 주목할 사항이다. 장애인이 싫어하는 가정이나 대리모, 대리부에게는 아이를 절대 맡기지 않도록 하는가 하면 장애인 스스로가 거부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이 주체가 되어 삶의 방향을 결정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