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건강권 보장에 함께하는 경기도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장애인 건강권 보장에 함께하는 경기도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5.1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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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진료실에서 오른쪽 어깨 수술 후 내원한 여성 환자 분을 만났다.

양 다리 마비와 변형으로 거동이 불편한 54세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오랫동안 목발 사용 때문에 어깨가 많이 아파, 검사해보니 어깨 회전근 힘줄 여러개가 파열되어 수술치료를 받았다.

진찰 상 수술한 어깨는 잘 회복되고 있었으나, 어깨 때문에 목발을 사용할 수 없어 아예 걷지 못하고 있었다. 40세 이후부터 점차 다리가 더 가늘어지고, 약해지는 소아마비 후 증후군을 겪고 있었는데, 이번 수술 후 더 많이 가늘어지고, 약해졌다. 또한 고혈압, 협심증, 비만 등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데, 특히 복부 비만이 심해졌다. 수술한 어깨의 재활 뿐 아니라 다양한 동반 질환 관리와 장애 상태에 대한 포괄적인 건강관리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는 많은 장애인들이 장애 상태로 살아가는 가운데 주로 중고령기에 겪게 되는 후기 장애(late effect)이다.

소아마비 장애 뿐 아니라 뇌성마비, 발달장애, 뇌척수손상 장애인들에게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이를 장애인의 노화 (aging with disability) 문제로 보기도 하지만, 노화 뿐 아니라, 만성퇴행성 변화의 취약성을 고려해야 한다.

장애인의 약 80%가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데, 비장애인의 두배가 넘는다. 각 질환별 사망률도 비장애인에 비해 훨씬 높다.

만성질환의 높은 유병과 중증도는 기능 저하로 이어져, 본래의 장애 수준이 더 악화되게 된다. 따라서 과거보다 장애인의 의료적 요구도가 심히 증가하고 있으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미래에는 가히 폭발적 증가가 예상된다. 이와 같이 장애인의 높은 의료적 필요도에 비해 의료 접근성이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이는 “건강권 침해”의 문제이고, “의료접근성 향상’은 장애인의 건강권을 위한 최우선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건강권법”)이 제정되어 2017년 12월부터 시행되었다. 장애인건강권법 제정에 따른 건강보건관리 전달체계 수립 및 건강보건관리사업 구축을 위한 노력으로 2018년부터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 및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설립되어 장애인의 건강보건관리에 관한 업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광역 단위로 설치되어 권역내 장애인의 보건의료 및 복지 요구도에 맞추어 보건의료-복지 서비스를 제공·연계하는 지역 내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된다. 경기도에선 분당서울대학교병원이 지정되어 2020년 하반기에 첫 발을 내딛었다.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센터에 교육실, 상담실, 평가실 등을 마련하여 경기도내 장애인을 위한 정보플랫폼 및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의료 및 건강검진서비스를 제공·연계하며, 여성장애인을 위한 모성 보건사업, 보건의료인력 및 장애인·가족에 대한 교육사업, 사회복귀 지원 및 장애인식 개선 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임재영 교수<br>경기도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센터장 <br>/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임재영 교수
경기도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센터장
/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앞서 소아마비 장애인에게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를 소개하고 후기 장애 대처와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사례관리를 시작하였다. 평가와 상담을 통해 의료적 요구도를 파악하고, 장애인 주치의 연계와 후기 장애 대처 교육 및 모니터링을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기능적 회복과 만성질환의 적절한 관리로 건강 문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2021년 상반기 현재까지도 감염병 위기가 지속되고 있어, 사회 전반 고통 받지 않는 곳이 없으나, 특히 장애인의 건강권과 돌봄에 찾아온 위기가 무엇보다 심각하다. 올해 하반기는 코로나19에서 벗어나 일상을 찾게 되는 기대와 함께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던 장애인의 건강권을 회복하는데 사회 전반의 많은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기도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이제 첫 발을 내딛었지만, 성큼 전진하여 경기도내 장애인의 건강권과 의료접근성을 개선하는데 앞장 설 것이다. 개개의 활동은 미약할지 모르지만, 촘촘한 네트워크로 서로 연결하고 연대하여 장애가 더 이상의 장애가 아닌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데 디딤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