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더 생각하기’
‘한 번 더 생각하기’
  •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 승인 2021.06.2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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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준비를 철저히 하고, 채비를 단단히 해도 빈틈이 생긴다. 그것이 인생사인지도 모르겠다.

등골이 서늘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사회복지관협회 회장 직에 있을 때다. 전남과 경남지역의 사회복지관들이 연합으로 연수를 하는 자리에 초대되었다. 정성스럽게 작성한 인사말 원고와 함께 옷을 입었다. 그런데 색깔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다른 색의 옷으로 갈아입고 행사장에 도착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행사가 시작되고 인사말을 하기 위해 연단에 섰다. 원고를 찾았다. 없었다. 먼저 입었던 옷에 넣고 그냥 온 것이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어찌어찌 인사말은 마무리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10여년을 크고 작은 단체의 회장 노릇을 하다 보니 인사말을 할 기회가 많았다. 초기에는 인사말을 상황에 맞추어서 대충하고 다녔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그러다가 실수를 했다.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이야기가 인사말에 포함된 것이다. 당사자에게는 아픈 이야기였다. 실언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상황이 종료된 상태였다. 나중에 정중하게 사과해서 원만하게 마무리 되었지만, 많이 부끄러웠다.

그 날 이후로 어떤 행사건 간에 인사말을 하는 자리에 갈 때는 반드시 인사말을 써가지고 간다. 애드립은 없다. 유머까지도 원고에 포함시켰다. 그러자 인사말 때문에 거꾸로 인사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 번 더 생각하기’는 실수를 줄이자는 의미다. 또 ‘한 번 더 확인하기’와 맥을 같이 한다.

인사말과 관련된 사례를 늘어놓은 이유도 ‘한 번 더 확인하지 못해서 생긴 실수’라 열거한 것이다. 한 번 더 생각하기는 함께 근무하는 동료 사회복지사들에게도 강조하는 말이다. 모든 과정에서 한 번 더 살펴보고, 다시 확인하면 ‘안 해도 될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아무리 정성을 다해서 만든 서류라고 할지라도 순간적인 방심으로 오탈자가 생긴다. 문맥의 이어짐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정도면 됐지, 뭐..!’가 오류 발생의 주범이다.

일이 손에 익었다고 생각하는 경솔함이 중요한 것들을 빠트리게 한다.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br>
 최주환 (대전광역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지금은 한 번 더 생각하기 또는 확인하기가 생활이 되었다. 한 번 더 생각하기를 가슴에 품게 된 계기는 승용차 열쇠 때문이기도 하다. 시간에 쫓겨서 승용차 열쇠를 자주 집에 놓고 나왔다. 집에서 먼 곳에 차를 주차하기 때문에 오가는 시간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현관을 나설 때 ‘열쇠, 시계, 만년필’을 구호처럼 되뇌었다. 빈도가 줄어들었다. 이제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확인하는 버릇이 몸에 붙어서 차 열쇠를 놓고 다니는 일은 없다.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하기는 큰 힘이 되었다.

실수가 줄어드는 것을 넘어서 더 좋은 방법을 찾게 되었고, 더 높은 성과를 만드는 원천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