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뽀로로'를 사랑하지만, '크롱'은 더 사랑한다.
나는 '뽀로로'를 사랑하지만, '크롱'은 더 사랑한다.
  • 백수정 (자유기고가)
  • 승인 2021.10.0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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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작 유아 TV시리즈 애니메메이션 중 가장 사랑받으며 롱런하고 있는 '뽀롱뽀롱 뽀로로'.

어린이의 대통령이라고 해 '뽀통령'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어린이들에게 사랑 받을뿐 아니라, 전세대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2003년 11월27일 첫방송 이 후 현재 8기까지 식지 않는 인기와 이슈를 몰고 다니는 유일한 국내 제작 유아 애니메이션이다.

유아프로그램이나 애니메이션은 시청률과는 별개로 의무 제작, 편성해야 하는, 투자 대비 돈이 안 되는 장르라는 우리나라 방송 콘텐츠 제작 현장의 인식을 단번에 깬 애니메이션이다.

이 애니메이션으로 우리나라 방송 제작과 방송사의 편성에 시청 타겟이라는 인식과 이에 따른 제작 시스템과  환경의 변화가 시급함을 일깨웠고 이슈로 대두되었다. 이 흐름의 한  축이었던 유아교육 구성물인 '방귀대장 뿡뿡이' 역시 주목해 그 성취를 평가해야 한다.

이런 유아 대상 방송콘텐츠들이 제작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권이 사회적 화두로 등장한 것과도 겹쳐진다.
즉 인권의 출발은 다름을 인정하는 데에 있으며, 개별적 특성을 존중하는 것에 있다는 인식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면서 유아기와 어린이가 다르고 시청연령의 발달 특성과 과업에 따른 전달방식이 중요함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영상콘텐츠에서 유아와 어린이의 다름을 존중하는 것은 대본의 구성과 언어를 고려해야 하고, 이를 연령별로 집중과 이해를 돕는 속도로 흥미롭게 전달하는 영상 연출이 필수 임을 인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캐릭터들에서도 발견된다. 유아들을 닮은 '뽀롱뽀롱 뽀로로'의 '뽀로로' 를  비롯해 루디, 에디, 포비, 크롱 모든 캐릭터를 사랑하지만, 나는 특히 '크롱'을 사랑한다.

초반에 크롱은 "크롱 크롱!" 하는 소리로만 의사소통을 한다. 후반들어 어설프지만 조금씩 말을 하기 시작한다. 시즌8 현재까지 한단어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영어교육 목적의 스핀오프 프로그램인 '뽀로로의 잉글리시 쇼'에서도 구현된다.
전 캐릭터에 성우가 영어로 더빙했는데 크롱만 영어 전담 성우가 배치되지 않았다. 그래서 "뽀이요이요(뽀로로), 너!"라고 말할 때마다 귀여우면서도 전세계 어린이에게 조금이나마 우릿말을 인지시키고 관심을 갖게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되었다.

크롱은 뽀로로와 자주 싸우면서 화해도 잘 한다. 이들의 싸움과 화해, 놀이 등 모든 과정에서 크롱의 의사는 거의 이렇게 소리들과 행동으로 표현하지만 이들의 소통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즉 이들의 갈등 요인은 또래 유아들이 그렇듯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인한 표현들과 행동에서 생겨나는 것이지, 다른 의사소통방식에 있지 않음을 분명하게 전한다. 이를 최대한 유아의 눈높이에서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체득시키려는 화법과 에피소드, 연출로 말이다.

의사소통 방식이 다른 크롱을 항상 당당하면서도 분명하게 의사를 표현하며 에피소드를 함께 풀어가는 주인공의 하나로 중심에 둔다. 그자체로 캐릭터화 시킴으로써 다양성과 다름의 보편성을 인지시킨다.

이처럼 유아들이 동일시 할 수 있는 인물에, 다양성이나 다름의 면면들을 캐릭터화 시켜 다름이란 자연스럽고 보펀적인 것임을 어릴 때부터 인식시키면 거부감  없이 스며들어 몸에 배이게 되는 것이다.

유아와 어린이 시청자의 시기적  특성의  존중으로  볼권리와 알권리, 문화향유권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시작했던 시기에 이를 구현한 방송 콘텐츠라는 점에서 방송뿐 아나라, 언론의 제작자나 현장의 제작진, 시스템에서 인권감수성이 높아지면 생각할 수밖에 없는 당사자 중심에서 만든  작품은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으며  오래도록 사랑 받고 회자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세대의 문화와 의식을 이끄고 변화시킨 대중문화 콘텐츠로 역사에 남는 것임을, 콘텐츠를 제작하는 분들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