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소통, 우리의 의사소통 권리!
너와 나의 소통, 우리의 의사소통 권리!
  • 경기도장애인복지종합지원센터 칼럼니스트
  • 승인 2021.10.0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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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이란 최소 두 명 이상의 청자와 화자가 자신의 의견, 감정, 정보 등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 때까지 수없이 많은 의사소통을 한다. 최근에는 비대면 상황이 길어지면서 온라인상으로라도 의사소통의 폭이 넓어진 만큼 타인과의 소통은 모든 인간의 삶의 전반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욕구이다. 장애, 인종, 언어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의사소통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장애인을 만나면 종종 이들이 소통을 하지 못하거나, 소통의 수단과 의도가 전무한 것처럼 대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하여 직접 의견을 물어보지 않고, 의견이 없을 것이라 단정하며, 마치 어린 아이처럼 대하거나 기다려 주지 않는 차별을 하게 된다. 의사소통을 단순히 개인과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고, 인권으로! 너와 나, 우리의 ‘권리’로 주장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인권이란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당연히 누려야 하는 권리이다.
인권은 성별, 인종, 종교, 사람의 능력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의사소통 권리란 모든 사람이 그들의 생활 및 환경에 변화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의사를 표현하고 소통을 하는 권리이다.

국외에서는 의사소통 권리(NJC website at: www.asha.org/njc)를 15가지로 정리하여 발표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의사소통 권리란 무엇을 인식한다는 것일까.

첫째,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의견이 있다.
장애의 경중과 상관없이, 누구의 간섭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은 스스로 생각해 결정을 내리고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있다.

평생을 누군가의 지속적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하더라도, 그 또한 스스로 의견을 갖고 이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 따라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또는 장애가 심하다는 이유로, 지적인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로, 신체적 제한이 심하다는 이유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들을 수 없다는 이유로, 그들 스스로의 생각과 의견이 없을 것이라는 가정 자체는 인권침해이다.

혹여 장애인 당사자 스스로가 결정 내릴 수 없거나 잘못된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 예단하고 전문가 또는 가족이나 타인의 의견을 따르기만을 기대하며 지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짚어봐야 한다. 모든 사람은 그 누구의 간섭 없이 스스로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장애 경중에 상관없이 모든 장애인은 간섭 받지 않을 의견이 있다는 것을 존중하는 것이 의사소통 권리를 인식하는 첫 단계이다.

둘째, 의사소통은 사람 간의 소통을 통해 서로가 갖는 생각과 뜻,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의사소통은 나 혼자 하는 일방적인 통보가 아니다. 사랑, 거부, 요구, 요청, 질문, 공유, 격려, 의견, 정보 등등 서로의 감정, 의견, 뜻과 생각을 표현하고 상대방을 경청하여 이해하는 것이다. 따라서 의사소통 권리를 존중하는 것은 서로 상대방과 주고받는 맥락에 대한 진정성 있게 참여하고자 하는 태도에 있다.

나를 상대방에게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와 이에 반응하고자 이해하는 자세, 그리고 서로 함께 공감하여 소통하는 ‘참여’가 의사소통 권리를 인식하는 두 번째이다.

셋째, 모든 인간을 위한 “단 하나의 최상의 의사소통 방법”은 없다.
‘말(Speech)’은 가장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의사소통 방법이지만, ‘말’만이 유일한 의사소통 방법은 아니다. 너와 나의 생각과 감정을 교류하기 위해 우리는 ‘말’이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 자신의 "최선의(Best) 소통" 방식을 만든다. 따라서 ‘말’ 이외에 몸짓, 얼굴표정, 행동, 수어, 기기의 사용 등이 모두 의사소통 수단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소통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고 매우 다양하다는 ‘서로 다른 의사소통 방법’에 대한 존중이 마지막 의사소통 권리에 대한 인식이다.

처음 이동권을 들었을 때 이동에 권리가 있다니.. 라고 생각했었다.
그 이유는 비장애인은 모두 이동에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이동에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리어프리, 유니버셜디자인 등을 접했을 때도 장벽 없이 건물을 이용한다는 것이 왜 의미 있고 중요한 것인지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동권을 권리로 인식하고, 베리어프리가 모든 건축과 사회전반의 보편적 접근을 확대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인지한 후로는 내 삶 전반에서 장벽 없이 보편적 접근을 누리는 수혜자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의사소통 권리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의사소통 권리가 낯설고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소통 권리가 비단 특정 장애인, 즉, 말하는데 제한이 있는 장애인만을 위한 권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보편적 권리임을 인지하게 된다면, 우리의 삶이 좀 더 풍성하게 바뀔 것이다.

아주 어린 아이들도 스스로의 생각을 갖고 이를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존중을 받고,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또한 스스로 의견을 갖고 표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의사소통 권리는 장애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영유아 및 아동, 다문화 등 모든 이들을 위한 권리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해외에서 음식을 주문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외국어 실력을 십분 발휘할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은 더듬더듬 머릿속으로 문장을 만들고 주문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손짓이나 얼굴표정으로 다양한 표현을 함께 시도 했을 것이다.

만약, 그때, 상대방이 나의 외국어 발음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어서 나에게 얼굴을 찡그리며 못 알 듣겠다고 한다면, 또는 짜증을 내거나 무시한다면.. 그래서 내가 주문한 것이 아닌 다른 음식을 갖고 온다면... 참으로 난감하고 무안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우리가 외국어를 잘 하지 못하는 이유로 겪을 수 있는 이 사례들이, 구어로 표현하기 힘든 장애인이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일들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우리가 외국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바람직한 해결책은 사람을 치료하고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누리는 환경과 시설에 대한 장벽을 줄임으로써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동권과 베리어프리를 통해 건물의 접근성을 확보하도록 둔턱을 없애고 엘리베이터와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동일한 맥락에서 구어로 의사를 표현하기 힘든 이들의 의사소통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은 장애인의 발음을 교정하거나 말을 하도록 치료를 하는 것보다는 이들의 의사표현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상대방의 변화에서 출발해야 한다.

해외에서 외국어를 잘 하지 못해 당황하는 우리에게 나의 손짓과 몸짓 표현을 이해하여 기다려 주는 태도! 그것만으로도 음식을 성공적으로 주문할 수 있는 것처럼.. 장애인의 의사소통 방식을 존중하고 기다리고 이들의 의사소통 선택에 따라 상대방이 해석하고 인정하는 사회가 된다면. 몸짓으로, 손짓으로, 눈짓으로, 발성으로, 행동으로, 기기를 사용해서.. 그 어떤 형태의 의사소통 방식도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으로 존중하는 사회의 접근성. 그것이 의사소통 권리를 존중하는 사회의 모습인 것이다.

의사소통 권리를 위해 지금 당장 큰 변화를 이끌거나 기존의 시스템을 변경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소소한 일상에서 우리가 장애인의 다양한 의사소통 방식을 얼마나 존중하고 그들의 선택을 인정하는지 스스로 물어보아야 한다. 장애정도, 유형과 상관없이 장애인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하여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신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지 되물어야 한다. 사회, 시스템, 국가의 책임도 있으나, 의사소통 권리는 지금 당장 나의 책임과 변화가 더 중요하다. 너와 나에서 비롯되어 우리 모두의 권리가 되기 때문이다.

지금 구어로 의사를 전달하기 힘든 장애인을 만나고 있는가? 그래서 당황하거나 힘들거나 그들이 말을 제대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의 한계를 고치거나 교정하거나 치료하여 좀 더 나은 방법으로 소통하였으면 좋겠는가. 또는 말을 못하는 대신에 다른 도구나 기기, 좀 더 구어와 비슷한 방법들을 훈련하여 소통하면 좋겠는가.

그들과 같은 눈높이를 맞추고 한번 집중해보자. 그들과 상호작용 하며 소통에 참여하고 싶은지. 그들의 몸짓, 눈짓, 발성, 행동을 통해 무엇을 전달하고 나누고 싶어하는지. 한번 깊게 관찰하여 보자.

의사소통 권리에 대한 존중은 모든 개인이 스스로 의견을 갖고 있다는 믿음, 그들과 함께 소통하고 싶다는 참여의 태도, 그리고 서로 다른 다양한 소통 방식을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김경양 센터장서울시장애인의사소통권리증진센터
김경양 센터장(서울시장애인의사소통권리증진센터)

그리고 꼭 기억해야 한다.
의사소통 권리의 밑바탕이 되는 UN장애인권리협약 제 21조에서 의사 및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 “장애인의 공식적인 교류에 있어 장애인의 선택에 따른 수어, 점자, 확장적이고 대체적인 의사소통, 그리고 의사소통의 기타 모든 접근 가능한 수단, 방식 및 형식의 사용을 수용하고 촉진할 것”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의 의사소통에서 “장애인의 선택에 따른”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즉, 당사자 중심의 당사자가 선택한 의사소통 방식의 사용이 사회 전반에서 수용되고 촉진되는 것이 진정한 의사소통 권리에 대한 존중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