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장애인석 10석 중 7석은 맨 앞줄...좌석 선택 권리 못 누려
영화관 장애인석 10석 중 7석은 맨 앞줄...좌석 선택 권리 못 누려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1.10.18 0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선우 의원
강선우 의원

영화관 장애인 관람석 대부분이 맨 앞줄에 배치되어 있어,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좌석 선택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 서울 강서갑)이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3대 영화관(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3,004개 상영관을 대상으로 첫 전수조사를 한 결과, 장애인석 10석 중 7석은 맨 앞줄에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431개 극장의 전체 상영관 중 장애인석이 설치된 79.7%(2,395개)를 대상으로 한 조사이다.

제일 앞줄에 장애인석을 배치한 영화관은 메가박스 76.5%(1,067석), CGV 71.7%(1,784석), 롯데시네마 71.7%(1,670석) 순으로 나타났다. 관람객 선호도가 높은 중간줄에 설치된 장애인석은 전국에 131석밖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관 맨 앞줄은 시야 확보가 어려워, 상영 시간 내내 목을 뒤로 한껏 젖힌 채 영화를 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러나 장애인석은 대부분 맨 앞줄에 설치되어 있어,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은 선택지 자체가 제한됐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18년 8월 신설 영화관의 장애인석을 중간줄 또는 맨 뒷줄에 설치하도록 하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공포했다. 그러나 영화관 내 장애인석이 맨 앞줄에 설치되는 상황은 여전하다.

개정안 시행 이후 개관한 영화관에서도 CGV 70.6%(346석), 롯데시네마 70%(301석), 메가박스 61.3%(117석)가 장애인석을 맨 앞줄에 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간줄에 설치된 장애인석은 8석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장애인 권리 향상을 위한 법이 유명무실화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두 부처 모두 법 시행 3년이 지나도록 장애인석 배치 현황을 조사하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강선우 의원실의 문제 제기로, 2023년 ‘장애인편의시설 실태 전수조사’에 해당 내용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선우 의원은 “영화관 좌석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다. 그러나 휠체어 이용 장애인은 좌석 선택권조차 제한된 상황”이라며 “장애인도 원하는 좌석에서 편안히 영화를 볼 수 있도록 정부와 삼사 영화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