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인권교육 '시장화', 구조 변화 시급하다
사회복지 인권교육 '시장화', 구조 변화 시급하다
  • 사회복지노동조합 기자
  • 승인 2019.08.13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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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구조 개선 없이는 인권교육 양 늘려도 소용없어

사회복지의 궁극적 목적 중 하나가 인권 실현이라고 한다면 사회복지사는 이상적인 목적과 현실 간의 간극을 좁혀가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다.

정책을 통해서는 사회권의 실현을 추구하고 일터에서는 사회적 소수자, 약자의 위치로 내몰린 사람들과 함께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인권 침해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어려운 장애인, 노인, 아동 시설에서 많이 나타난다. 여기에서 가해자로 처벌받는 사람은 대부분 일선 사회복지사이다. 인권침해 사례는 비리와 보조금 횡령이 함께 드러나는 경우가 많음에도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 관리 책임이 있는 시설장이 처벌을 받거나 시설 폐쇄, 법인 변경까지 가는 일은 극히 드물다.

이 구조에서 최종 책임이 있는 지자체는 심판자의 위치만 자임할 뿐이다. 그리고 인권을 침해당한 장애인, 노인, 아동은 여전히 같은 법인과 시설에 머문다.

정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사회복지시설은 인권교육이 의무이다.
시설 유형에 따라 많게는 직원을 대상으로 연 8시간 이상의 인권교육을 실시한다. 다른 공공영역보다 월등히 많다. 역설적이게도 이 많은 인권교육은 그만큼 시설의 인권침해 사례가 많았기 때문에 시작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현재 인권교육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교육의 결과 예전보다 인권이 올바르게 보장되고 있을까?
필자가 볼 때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를 가만히 놔둔 탓이다. 인권침해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원인을 애초에 교육의 부재라고 진단했을 수는 있다고 본다. 단순한 진단이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하다면 현장 이전에 사회복지 교육과정의 변화부터 시도했어야 한다. 사회복지 학문을 처음 접하는 예비 사회복지사 단계에서 이미 인권과 사회복지 윤리를 고민하고 가치관을 확립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회복지사 자격 취득을 위한 필수 교육과정에 인권, 윤리, 철학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반면 현장의 인권 교육은 그야말로 예방교육 위주로만 진행된다. 교육방식을 보면 과연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단적인 예로 장애인거주시설의 시설장이 모이는 인권교육은 무려 150여명이 모여 강의를 듣는 집체교육 형태로 실시된다. 현재도 다양한 인권침해 사례가 나타나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그것도 시설장을 위한 교육조차 이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서 지적한 근본적인 구조의 문제에는 시설 운영구조에 관한 사항도 포함된다.

사회복지가 시민에게 전달되는 과정은 민간에게 위탁되어 있다. 즉, 사회복지라는 공공재를 민간에 위탁해 값싼 최소한의 노동력으로 생산해낸다. 여기에서 정부의 역할은 관리, 감독에 그치고, 담당 공무원은 감시자의 역할을 부여받는다. 위탁받은 법인은 허술한 관리 체계의 틈을 이용해 법인의 종교적 목적, 영리적 목적을 취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사는 헌신을 강요받는 착취의 대상이 되고, 사회복지를 이용하는 시민은 모금의 대상이 되어 비참한 수혜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이 구조에서 발생하는 인권의 문제는 철저히 개인의 문제로 귀결시킨다. 특정 개인이 인권의식이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고 일탈행동일 뿐이며 개인이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면 끝이 난다. 구조에 얽혀있는 모두가 인권 문제가 발생하면 쉬쉬하며 감추고 사건을 축소하기에 급급하다.   

운영구조의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아무리 인권교육의 양을 늘려도 소용이 없다. 그저 ‘인권’이 대세이고 ‘인권’을 아는 것이 또다른 권력이 될 뿐이다. 이미 사회복지 현장에서의 인권교육은 시장화되었고 사회복지사가 인권강사 자격을 취득하는 일은 꽤 괜찮은 스펙으로 취급된 지 오래이다. 여기저기서 인권을 강조하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한 기분이 든다.  

부끄럽지만 본인이 15년간 머문 사회복지현장의 민낯이다.

그래서 현재 인권을 공부하며 인권교육은 이 구조 속으로 어떻게 비집고 들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개인의 처벌과 교육이 유일한 대안으로 처방되는 이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를 고민하며 길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