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ICF? 우리가 ICF를 써야 하는 이유 3가지
Why ICF? 우리가 ICF를 써야 하는 이유 3가지
  • 이우철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0.25 0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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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F가 가지는 관점과 공통언어, 평가도구로써의 3가지 장점, 그리고 우리가 ICF를 써야 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ICF를 공통언어로써 모두가 소통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공유하고, 활용하고, 통찰하고, 국제적인 목소리를 나누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것은, 한 사람을 위한 길이기도 하고, 건강한 한 사람을 위하는 조직과 국가, 세계의 방향이기도 하다”

- 모두가 이해하는 공통언어로써의 ICF, 함께걸음 2018년 3월호 중 -

ICF를 알고 계신가요?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Functioning, Disability and Health의 약자인 ICF는 우리말로 ‘국제기능장애건강분류’를 뜻합니다.

제가 ICF를 소개하는 이유는 바로 위 발췌한 글로 대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 ICF에 대해서 거의 모릅니다. 그래서 대한작업치료사협회가 함께걸음 잡지에 정기적으로 연재했던 것처럼 전문적인 지식을 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ICF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있고, 적용해본 적 있고, 고민하고 있는 사회복지인의 입장에서 관점과 언어, 도구로써의 ICF의 효율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고민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ICF를 더 잘 활용하고 싶고, 이 도구에 대해 더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러고 싶은데 쉽지가 않습니다.  때로는 좋은 건 나눌수록 커지고, 어떤 고민은 함께 해야 쉽게 풀어지기도 합니다. 사회복지현장에서 사회복지인으로 근무하면서의 고민과 과정을 기록하는 것. 이곳에 연재를 하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1. 관점으로써의 ICF

ICF 개념 도식(ICF:건강이 포함하는 모든 개념을 다루다, 함께걸음 2018년 7월호 중)
ICF 개념 도식(ICF:건강이 포함하는 모든 개념을 다루다, 함께걸음 2018년 7월호 중)

건강이란 무엇일까요.
건강이란 질병이 없고, 허약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체, 정신,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라고 한 WHO의 정의가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건강 중재를 계획하거나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기술할 때만큼은 이 정의를 아무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우리에게 건강은 삶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또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입니다.
간략히 말하자면 건강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기능하는가에 관한 것입니다. 이런 건강의 긍정적 측면과 실용적 측면을 나타내기 위해 WHO는 '기능(functioning)'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으며 바로 이것이 ICF의 기초입니다. (ICF Core Sets 임상활용매뉴얼, 기능이란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중)

다시 말하면 흔히 우리가 말하는 '장애가 없는 삶'이 건강한 삶이 아니라, 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된 삶 속에서 어떻게 기능하면서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건강한 삶을 정의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장애란 단순히 신체, 구조적인 문제 등 의학적 관점을 넘어 그럼에도 실제 그 기능을 삶 속에서 할 수 있는지 없는지로 바라봐야 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만나는 장애 당사자들은 사실 우리의 복잡한 검사, 평가, 진단 등에 큰 관심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단지 기능의 관점에서 '내가 걸을 수 있을까', 혹은 '내가 직업을 가진 삶을 살 수 있을까'와 같은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보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ICF는 건강의 구성요소에 관한 분류체계이면서 건강과 장애에 대한 포괄적이고 다차원적인 개념 모형을 제공한다.

ICF에서의 장애는 사람의 신체 뿐만 아니라 환경, 개인의 환경과의 상호 작용 속에 모두 존재하며, 건강상태를 설명하는 하나의 측면이 된다.

ICF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기 위한 분류체계가 아니라, 장애가 모든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이며, 건강의 한 부분임을 전제하고 있다.'

(사용자를 위한 ICF 활용길잡이 중)

이처럼 ICF는 장애인복지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인의 '장애'와 '건강한 삶'에 대한 관점을 맞춰가는 데 훌륭한 도구가 됩니다. 그런 의미로 다양한 영역이 함께 일을 하는 장애인복지관에서 ICF는 아주 유용하게 쓰일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을 중심으로 개인에게 맞춰진 종합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논의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함이니 말입니다.

2. 공통언어로써의 ICF

ICF는 소통의 도구로 아주 유용합니다.

혹시 치료사가 쓴 일지를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혹은 평가지를 보신 적은요? 온통 의학 용어들로 빼곡한 이 일지나 평가지를 보고 필요한 정보를 뽑아낼 수 있으셨나요?

의학 용어를 써야만 설명이 쉬운 경우도 더러는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습니다. 굳이 의학 용어와 영어를 쓰는 이유는 우선 익숙하기 때문이고, 있어보이고 싶은 마음이 두번째가 아닐까 싶습니다. 아! 봐도 모르게 하려고 쓰는 이유도 있겠네요.

다영역이 협업된 업무에서는 소통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각자의 영역에서 쓰는 용어를 통일시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긴 시간동안 호흡을 맞추지 않으면 소통하기 어렵습니다. 그 긴 시간동안 호흡하며 맞춰 놓더라도 인력 교체가 이뤄지면 다시 처음부터. 그러다보면 소통의 지속성은 떨어지고, 결국 각각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ICF는 이럴때 훌륭한 소통도구로 쓰일 수 있습니다.

크게는 1단계의 30개, 세분화하면 3, 4단계의 1천424개로 이뤄진 코드가 ICF를 이루고 있고, 한 사람의 삶 안에서 고려될 수 있는 모든 사항이 코드화되어 있기 때문에 공통된 정의 안에서 소통할 수 있습니다(1천개가 넘는 코드를 다 사용하진 않습니다).

3. 도구로써의 ICF

ICF는 평가도구로도 활용도가 높습니다.

필요에 따른 코드를 평가함으로써 종합적인 서비스 욕구를 점검하고 계획하는 데 아주 유용합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모습은 현재의 단별적이고 제공자 중심의 프로그램의 참여가 아닌, 장애 당사자가 중심이 되어 그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계획하고 지원하거나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그 당사자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평가도구가 필요합니다.

말한대로 ICF는 필요에 따른 코드를 추출하여 평가할 수 있습니다. 또 이미 ICF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평가도구가 존재합니다. 이 평가도구를 통해 좀 더 객관적으로 장애 당사자의 현재 건강상태와 욕구에 대해 점검이 가능하고, 프로그램으로의 연계 및 프로그램 후 관리(?)까지 지속적인 점검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ICF가 유용한 점은 평가의 주체가 '당사자'라는 점입니다. 이런 평가도구가 전반적인 건강상태나 욕구를 파악하는 주 평가도구가 된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당사자 중심 지원서비스'에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ICF를 써야 하는 이유를 3개의 장점을 들어 이야기해봤습니다.

왜 ICF일까?
답은 '좋으니까' 입니다. 

이 좋은 ICF에 대해서, 앞으로 육하원칙을 들어 설명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