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거주장애인 폭행 시설ㆍ법인 '폐쇄'…서울장차연, 거주인 탈시설 요구
상습 거주장애인 폭행 시설ㆍ법인 '폐쇄'…서울장차연, 거주인 탈시설 요구
  • 전진호 기자
  • 승인 2020.03.0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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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주 장애인을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학대행위가 벌어진 중증장애인거주시설 루디아의 집이 폐쇄된다.

서울시는 4일 루디아의 집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금천구와 함께 시설폐쇄 등 행정처분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시설은 과거에도 거주 장애인에 대한 반복적인 인권침해 문제로 시설장 교체 등 행정처분을 2회 받은 이력이 있어, 시설폐쇄라는 고강도의 행정처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서울시 입장이다. 또 해당시설의 운영법인도 지휘 감독 책임을 물어 법인설립을 취소하고, 인권위가 검찰에 수사의뢰한 종사자(가해자) 5명 외에 신고의무를 위반한 종사자 1명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인권위는 지난 2019년 루디아의 집 종사자들이 거주 장애인을 폭행했다는 진정이 접수돼 기초조사를 한 결과 일부 종사자들이 다수의 이용자를 상대로 폭언 및 폭행, 정서적 학대 등을 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다고 보고 지난해 12월18일부터 약 한 달간 서울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함께 직권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혹은 대소변을 자주 본다는 이유로 이용자들을 폭행하거나 폭언하는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한 사실이 있으며, 문제행동 수정을 목적으로 고추냉이 섞은 물을 마시게 하고, 신변처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식사량을 밥 한두 숟가락으로 임의조절 했다.

또 한 거주 장애인이 뇌출혈 증상으로 낙상했을 때 신속히 외부 병원으로 후송해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업무 부주의로 인해 거주 장애인에게 각각 골정상 및 두부열상을 입게 했다.

종사자들은 거주인들이 오랫동안 폭언과 폭행에 노출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중단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으며, 특히 전(前) 사무국장은 2018년 당시 시설장 직무대행을 맡은 총 관리책임자였으나 거주인 학대 사건에 대해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거나, 가해자를 징계하거나 외부에 신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아 피해가 지속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권위는 “이 시설은 지난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이용자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하여 고발 및 행정처분이 이뤄졌으나 개선되지 않고 인권침해와 보호 소홀 문제가 계속 발생했으며 확인된 피해자만 해도 12명에 달할 정도로 그 피해가 광범위하며, 신변처리 및 식사지원과 같은 기본적인 생활영역에 있다는 점은 간과하기 어렵다.”라며 “그보다 더 큰 심각성은 과거 거주인의 인권을 침해한 종사자가 내부적으로 별다른 징계를 받지 않고 여전히 근무한다는 점과 새로운 사건의 가해 혐의자가 생활재활 팀장, 생활재활 대리 등 중간관리자라는 점이다. 따라서 시설폐쇄 등 강력한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루디아의 집 법인인 선한목자재단은 이 시설에서 2014년과 2017년 고발사건에 대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했어야 하지만 인권침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한 책임이 크다.”며 “사회복지사업법 제26조와 제1항 제6호의 ‘법인이 운영하는 시설에서 반복적 또는 집단적 성폭력범죄 및 학대관련범죄가 발생한 때 설립허가를 취소하여야 한다’라는 규정에 따라 행정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와 금천구는 인권위 권고를 수용해 장애인복지법 제62조에 따라 해당 법인 및 시설에 비상대책위 가동을 명령하고, 법인과 시설 종사자, 거주인, 보호자 청문과정을 거쳐 시설폐쇄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시와 금천구는 해당시설과 운영법인에게 혐의가 확인된 종사자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하였으며,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지난 2월 21일 피해 거주인 11명에 대한 보호자 면담과 개별 접촉으로 다른 시설로의 전원에 동의한 8명을 긴급 분리했다. 

전원에 동의한 거주인 8명 중 6명은 다른 장애인거주시설로 전원했으며, 1명은 피해 장애인쉼터 입소, 1명은 자택 귀가했다. 다만, 본인 및 보호자가 전원에 미동의한 3명은 해당시설에서 거주 중이다.

서울시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피해 거주인의 변호인으로 사법 지원을 하며, 심리적 안정을 위한 상담 등 피해 장애인 회복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시는 사회복지사업법 제26조(설립허가 취소 등)에 따라 청문절차와 의견수렴 등 종합적 판단을 통해 법인설립을 취소할 계획이며, 설립허가 취소 시 해당법인은 민법 제77조에 따라 해산되고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

서울장차연, 루디아의집 거주인 타 시설 전원 아닌 탈시설 이뤄져야

그러나 서울시의 조치에 대해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단체는 피해 거주인이 타 시설로의 전원이 아닌 탈시설을 통해 시설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장차연은 “이미 루디아의집은 2014년, 2017년에도 보조금횡령 및 시설거주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 행위로 2번의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기에 서울시와 금천구의 법인설립허가 취소와 시설폐쇄는 너무나 당연한 책무.”라며 “오히려 지금까지 시설거주 장애인에 대해 반복적인 인권침해 행위가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표명한 원스트라이크아웃제라는 단호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서울시는 지난1월 17일 장애인복지정책과 내에 탈시설팀이 구성됐다. 이번 사건을 통해 범죄시설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처를, 시설거주장애인에 대해서는 탈시설지원프로세스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우리는 서울시가 루디아의 집 피해자 11명 전원에 대하여 즉시 장애인지원주택, 장애인자립주택 등의 이동과 재난 대책 수준의 특별지원을 통한 지원을 신속히 하고, 현재 루디아의집에 남아있는 생활거주인 54명에 대한 탈시설 지원 대책과 계획 수립을 3월 내로 서울장차연과 협의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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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최용기 회장은 “해당 시설의 종사자들이 장애인을 방치하고 대소변을 많이 본다고 밥을 적게 주는 등 짐승 같은 삶을 살게 한 것에 분노한다.”며 “인권위가 권고한 것처럼 해당 시설을 폐쇄하고, 재단 설립허가를 취소해야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행정력을 동원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고 말했다.

서울장차연 문애린 대표 역시 “서울시는 아직 시설에 남아있는 54명에게 욕구조사를 실시해 자립지원을 만들겠다고 말했으나 평생 시설 밖으로 단 한번도 나갈 수 없던 사람에게 ‘당신은 나가고 싶습니까’라는 질문이 통할거라고 믿나.”고 반문한 뒤 “나 역시 18년동안 집구석에만 살다가 누가 밖으로 나가자고 하면 무서웠다. 문제가 있던 시설에서 살았던 분들은 (시설 밖으로 나가서 살 것인지에 대해) 욕구조사를 할게 아니라 먼저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주택과 시스템을 만들어놓고, 만족도에 대한 욕구조사를 한다면 이해하겠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장차연은 △루디아의집 시설거주인 전원에 대한 탈시설 지원계획 수립 및 이행 △피해자 11명에 대해 3월 이내 탈시설 대책 마련 △해당 시설 잔류거주인 54명에 대해 4월 이내 탈시설 계획 수립·협의 △서울시 선한목자재단 법인설립허가 취소 및 루디아의집 폐쇄 △2019년 협의사항인 프리웰과 인강재단 산하 시설거주인 236명에 대한 탈시설 약속 이행 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후 서울시와 진행된 면담에서 서울시측은 서울장차연의 요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3월 중 다시 면담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