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뿌리뽑기, '문제는 제도야!'
직장 내 괴롭힘 뿌리뽑기, '문제는 제도야!'
  • 사회복지노동조합 기자
  • 승인 2020.05.2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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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직장내괴롭힘 실태조사 그 이후가 중요하다

1.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지난 5월 7일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직장 내 괴롭힘 온라인 토론회가 개최됐다.
(관련기사: http://www.welfareissue.com/news/articleView.html?idxno=4723)

토론회는 우선 지난해 실시한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주관: 서울시 / 연구책임자 :이용재 호서대학교 교수)」 결과가 보고되었고, 이어서 노동조합을 비롯한 유관 기관의 토론이 이어졌다.

실태조사는 크게 설문조사와 면접조사로 이뤄졌는데, 서울시 소재 사회복지시설에 1년 이상 근무한 1,140명이 설문에 참여하였고 면접조사의 경우 1:1 개별면접과 노동자· 시설장 ·활동가· 전문가 심층면접을 통해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조사는 직장내괴롭힘 금지· 예방· 발생 시 조치 등을 신설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직후에 실시되었으며, 전문가 논의를 통해 사회복지시설에 특화한 괴롭힘 유형을 묻는 문항(종교행위강요, 후원강요, 법인 친인척 등의 부당한 요구 강요 등)이 추가되었다. 주요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직장내괴롭힘 경험

있음

(직원조직 있을 경우) 있음

(직원조직 없을 경우) 있음

65.1%

62.7%

68.3%

괴롭힘의 원인

비민주적 리더십과 시설 운영

경직된 조직문화

시설 구성원들 간 의사소통 부족

21.73%

13.22%

12.78%

괴롭힘 후 정신, 신체적 영향

근무의욕 감퇴

이직 고민

분노나 불안감 느낌

59.4%

47.9%

41.0%

괴롭힘 후 행동

시설 내 동료 상담

아무것도 하지 않음

가족 및 지인에게 상담

36.4%

22.0%

21.4%

괴롭힘 발생 후 기관 대응

어떤 조처도 하지 않음

피해자에게 사실확인 면담

상사 동료에게 사실 확인

35.2%

19.6%

13.5%

(※출처 : 서울특별시, 2019년도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2019)  

실태조사는 또 조사결과를 토대로 사회복지시설의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예방, 구제, 제도개선 대책으로 구분하여 아래와 같이 제시하였다.

분야

정책

세부정책

예방

교육

사회복지시설 괴롭힘 금지 교육 의무화

예방교육괴롭힘 목격자 대응 교육 실시

예방교육시설장 직장내괴롭힘 금지 교육 강화

예방홍보

직장내 괴롭힘 목격자 대응교육 실시(시민인권보호관)

예방홍보사회복지시설의 내부홍보 강화

예방인권 경영 도입

구제

신고 및 상담시스템 구축

10인 이상: 내부고충처리 과정 및 역량 강화

구제신고 및 상담시스템 구축10인 미만 : 시설 외부 상담창구 개설

구제사회복지시설 직장내괴롭힘 상담조사 매뉴얼 개발 보급

사회복지시설 특징 반영

구제사회복지시설 직장내괴롭힘 상담조사 매뉴얼 개발 보급피해자 보호 요청 및 시설 외부기관 활용 방법 명시

구제피해자 회복 지원체계 구축

심리 치료 및 의료비· 소송비 지원

구제피해자 회복 지원체계 구축2차 피해 및 재발 방지 위한 모니터링 체계 마련

구제가해자 재발 방지

가해자 교육 프로그램 개발

구제가해자 재발 방지가해자 처벌 시 무관용 원칙 시설 내부규정 명문화

제도개선

사회복지시설 민주적 운영 위한 투명성 강화

종사자 운영 참여 보장: 시설 운영위원회 종사자 대표 참여 의무화 / 시설장 채용 및 평가 시 종사자 의견 반영 의무화

제도개선사회복지시설 민주적 운영 위한 투명성 강화채용의 공정성 확보 : 표준 이력서 사용, 친인척 채용 시 공정성 확보, 시설과 관할 행정기관의 결탁 방지

제도개선평가 및 지도감독 시스템 개선

위탁계약 인증, 시설 평가 시 직장내괴롭힘 금지 관련 항묵 포함

제도개선평가 및 지도감독 시스템 개선시설 감사 시 인권분야에 직장내괴롭힘 금지 포함

제도개선평가 및 지도감독 시스템 개선신규 시설장 임용 시 관련 교육 의무화

제도개선존엄한 노동환경 보장

표준 취업 규칙과 근로계약서 마련

제도개선존엄한 노동환경 보장시설 내 학대 은폐 구조 개선

제도개선존엄한 노동환경 보장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향상에 관한 조례 개정

(※출처 : 서울특별시, 2019년도 서울시 사회복지시설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2019)  

2. ‘모두의 침묵’

무엇보다 이번 연구를 통하여 사회복지시설 직장내괴롭힘의 민낯을 보게 되었다는 점이 참담하다.
괴롭힘의 일반적인 유형이든 사회복지시설과 관련된 특수한 유형이든 여느 직장과 유사한 형태와 빈도로 나타나는 것 자체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0명 중 7명에 가까운 사회복지 노동자가 괴롭힘을 경험했다. 최근 소속 기관의 비리를 고발한 한 조합원은 각종 괴롭힘에 시달리다 결국 사직을 결심하고야 말았다. 해당 괴롭힘을 법인 및 시설에 신고하였으나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여성이고 비정규직일수록 직장내괴롭힘 경험 및 목격 비율이 높다는 결과에 주목한다. 견고한 유리천장이 실제로 존재하고 성폭력의 위험이 높으며 외모 평가 등 각종 성차별이 존재하는 현장과 무관하지 않다. 주로 여러 프로젝트 사업에서 발생하는 비정규직에게 조직 구성원으로서 갖출 규범은 동등하게 적용하면서도 정작 복지포인트도 지급하지 않는 등 임금과 노동조건 상의 차별은 묵인한다.

마찬가지로 상급 · 중간 관리자에 비해 실무자의 경험 및 목격 비율이 훨씬 높다는 결과가 도출되었다. 차별과 불평등에 취약한 노동환경은 직장내괴롭힘에도 더 쉽게 노출되며 일터 내 괴롭힘을 관리자가 부인하거나 방임할 경우에 괴롭힘이 더욱 고조되기 마련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괴롭힘 사건 발생 후 대응 양상에 관한 것이다.
(기관에서 아무 조처도 하지 않음 35.2% / 경험 ·목격자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음 22.0%) 피해자가 어렵게 용기 내더라도 기관이 차라리 무관심하기에 망정이지 오히려 제보자 색출, 사실 은폐 등 2차 가해나 이후 취업 방해까지 가하는 곳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의 침묵’이 가장 쉬운 방법으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닐까.

결국 직장 내 괴롭힘은 사회복지시설의 구조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권위주의적인 조직 질서와 조직 내 정보 유통의 빈곤은 비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불평등을 야기한다. 사업 목적과 방향에 대한 토론 기회를 제대로 부여하지 않고 자기 결정권을 제한하면 온갖 차별적 요소에 무감각한 조직문화를 만들며 소수의 결정권자들이 권력을 독점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응답자가 속한 기관에 직원 권익보호 조직이 존재하는 곳이 그러지 않는 곳보다 괴롭힘 목격, 경험 비율이 유의미할 정도로 낮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권익보호 조직의 존재 자체가 괴롭힘 등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겠거니와 구성원의 민감성과 문제해결에 대한 기대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3. 괴롭힘 OUT을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 

노동조합은 작년 직장내괴롭힘 관련 근로기준법이 개정되기 전부터 ‘직장갑질119’와 함께 사회복지119 밴드를 개설하여 온라인 상담을 진행해왔고 지금도 운영하고 있다. 또 대중 강좌 사업을 통하여 법 개정의 의미와 현장에 적용할 점 등을 알려냈으며 각종 연구와 토론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에는 서울시 소재 각 시설에 공문을 발송하여 직장내괴롭힘 관련 법 개정에 따른 취업규칙 개정 컨설팅과 직원 교육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활동 과정에서 다양한 사례를 접하게 되는데, 명백하게 직장내괴롭힘에 해당하거나 여타 법에 비추어보아도 위법인 사례는 아주 흔하게 발견된다. 더군다나 현 시점에서 크지 않은 규모의 조합 내에서만 무려 5건이 넘는 괴롭힘 사건을 다루고 있다. 앞서 말한 ‘모두의 침묵’으로 대표되는 현장의 정서를 감안한다면 드러나지 않은 사건은 얼마나 더 많을까.

개정된 법이 현재로서는 직장 내 자율적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시설장이나 대표 이사가 가해자일 경우 해결 가능성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노동청에 신고하더라도 개선 지도 외 법적인 제재가 행해질 근거가 희박하다. 실제로 시설의 일차적인 판단을 그대로 준용한다던지 시설에 사건을 다시 내려 보내거나 하는 경우가 보고되기도 한다.

또 구체적으로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기가 모호하며 사업장 내 사건 접수 시 어떠한 절차를 통해 조사하고 심의할지를 법은 정해놓고 있지 않다. 더군다나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처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처벌 조항이 없는 탓에, 법 시행 1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전반적인 개정· 보완의 요구가 높은 게 사실이다.

신고 등의 방법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문화가 정착되려면 대응 직후 결과가 분명하게 예상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법 시행 후 달라진 게 있는지를 묻는 최근 설문조사에서 60%이상의 응답자가 별로 변한 것이 없다고 대답한 것과 마찬가지로 신고해도 별다른 기대를 가질 수 없다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장의 정서이지 않을까.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의 경우 직장내괴롭힘 조사심의기구 신설· 노동자의 민주적인 참여 보장· 가해자 징계 및 피해자 보호 등의 내용을 담아 단체협약 상의 요구를 진행하고 있으나 주지하다시피 노동조합 조직률은 매우 낮다. 노동조합이 없거나 직원 고충 처리기구 조차 존재하지 않는 사회복지시설을 향한 우리의 손길이 절실하다.

4. 직장내괴롭힘 OUT 제도 개선 요구안 

사회복지시설에서 직장내괴롭힘 문제를 올바르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수적이다.

이는 서울시 등 지자체가 중심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 대부분이며, 특히 시설 내 자율적 처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게 하기 위한 지자체의 조치도 포함된다.

이번 서울시 토론회와 실태조사가 제안한 대응방안에 더해 노동조합의 제도 개선 요구안을 밝히고자 한다. 참고로 노동조합은 조만간 여러 건의 괴롭힘 사건을 서울시 인권담당관에 집단으로 진정하면서 제도 개선에 관한 협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가. 서울시 인권담당관 직장내괴롭힘 사건 처리 기능 강화

- 괴롭힘 사건 직접 접수 (시설 규모와 상관 없이) 

- 신고자에 대한 철저한 보호 시스템 구축  

- 시민인권구제위원회의 권고사항 불이행 시 행정처분 및 이행 강제 근거 마련

- 인권담당관 차원의 피해자 법률지원 및 심리상담 지원

나. 시설 내 처리 절차 명문화 

1) 신고 절차 명문화 및 신고자 보호
 - 신고 시 피해자 대리인 지정 가능 

 - 피해자 유급휴가 및 근무장소 변경

 - 괴롭힘 상담원 양성 및 활동 보장 등

2) 조사 · 심의 과정의 노동조합 참여 보장

 - 독립적인 조사위원회, 심의위원회 구성

 - 노동조합 적정 수의 위원회 참여 보장

 -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 노사협의회 위원 또는 노동자들의 투표로 선출된 대표의 참여

3) 매뉴얼 개발 및 배포
 - 내용: 괴롭힘 정의, 유형, 조사 · 심의,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 등

 - 서울시 차원으로 사회복지시설 특화된 매뉴얼 제작하되 노동조합의 의견 청취 및 참여 보장

4) 연 1회 시설 내 직원교육으로 예방교육 실시

다. 표준 취업규칙 도입

- 서울시 사회복지사 등 처우 관련 조례에 근거하여 처우개선 등의 사업으로 사회복지시설 표준 취업규칙 도입 (노동조합 의견 청취)

- 표준 취업규칙에 직장내괴롭힘 사건 시설 내 처리 과정 구체적으로 명시

- 지도감독 및 위수탁 계약 체결 시 표준 취업규칙 반영 수준 평가

-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인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및 표준 취업규칙 적용

라. 시설 인사위원회 구성에 관한 지침 개정

- 채용, 승진, 포상, 징계 등 전반적인 인사 권한을 가진 시설 인사위원회를 민주적으로 구성하여, 직장내괴롭힘 사건에 관한 합리적인 징계 양정 도출

- 현재 지침은 장애인복지관의 경우 3급 과장급 이상으로 5~7명 구성하도록 권고하고 있음

- 서울시 지침 개정을 통하여 4,5급 실무자급과 노동조합의 대표 또는 추천하는 자가 참여 가능하도록 하는 구조 혁신

 

마. 민주적 사회복지시설 운영을 위한 과제 실현

-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준수

- 시설장 채용 구조 대대적인 개혁 : 노동자, 이용자, 지역사회의 선출권 부여

- 경력직 채용 시 전직 평판조회 금지, 블랙리스트 작성 등 취업방해 행위 강력 처벌

- 노동조합 활동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지도감독 내용 개선 : 단체협약 상 근로시간면제자의 임금 보조금 지급을 합당하게 해석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