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90초, 작전타임의 품격
단90초, 작전타임의 품격
  • 양동훈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5.03 01: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구로 이해하는 사회복지 제2부
출처 : www.pixabay.com
출처 : www.pixabay.com

 빠아앙~ 작전타임!

스포츠 경기를 보다 보면 작전타임을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꽤 흔해 보이지만 사실은 모든 스포츠 경기에 작전타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축구경기만 보아도 그 넓은 운동장에서 22명의 선수가 경기를 하다가 작전타임이라고 해서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농구경기에 있어서 작전타임은 실내 스포츠이면서 상대적으로는 적은 인원수가 뛰는 경기라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 자주 보게 됩니다.

한국프로농구 KBL의 기준으로 한 농구경기의 작전타임은 회당 90초로 주어집니다. 전반전에 2개, 후반전에 3개를 각 팀마다 사용할 수 있습니다.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흘러가다가도 갑자기 모두의 정적을 깨는 부저가 한 번 길게 울리면 바로 작전타임 시간입니다. 오늘은 농구경기의 작전타임 풍경을 통해서 고찰해 본 사회복지실천에 대해서 한번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농구경기의 작전타임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경기의 주도권을 빼앗긴 팀에서 상대팀의 흐름을 끊기 위한 작전타임입니다. 이 경우에 주로 감독은 선수들에게 새로운 작전을 구상하여 지시하게 됩니다. 무언가 잘 풀리지 않는 경기의 원인을 파악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줌으로써 새로운 돌파구를 찾습니다.

그런데 어떤 감독들은 새로운 작전보다는 선수들의 실수에 대해서 질책하고 지적하는 것에 90초를 다 쓰는 모습으로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심판의 판정에 대하여 불만을 가진 감독이 항의를 하기 위한 작전타임입니다.
주로 선수들이 파울을 당했는데도 그대로 경기가 계속된다거나 공의 소유권에 있어서 억울한 판정을 받게 될 때 90초의 작전타임을 헌납해서라도 항의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감독이 본인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함이라기보다 불만족스러운 판정으로 선수들의 사기가 저하되거나 또는 선수들이 직접 항의를 하다가 테크니컬 파울을 당하지 않도록 먼저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측면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체력이 떨어진 선수들을 위해 휴식을 주기 위한 작전타임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농구가 다른 구기종목에 비해서 월등히 치열하고 체력소모가 많은 스포츠라고 생각합니다. 경기가 4쿼터 후반으로 치닫기 시작하면 자유투 라인에서 공을 기다리는 선수들의 모습만 보아도 정말 숨이 꼴깍 넘어갈 것처럼 보입니다. 감독은 이럴 때 필요하면 작전타임 90초를 기꺼이 투자해서라도 선수들이 숨을 돌리고 수분을 보충하며 땀을 닦을 수 있도록 합니다.

이처럼 농구경기의 작전타임의 풍경을 보면서 사회복지실천 현장의 수퍼바이저에게도 접목할만한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수퍼바이저로서 작전타임처럼 아직 경기(행사 또는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는 왜(why) 그러했는가보다는 어떻게(how) 해야하는 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실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어야 하는 것이지 왜(why) 그러했는가는 경기가 끝난 뒤 평가회 시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또한 수퍼바이지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거나 불가항력적으로 부딪히는 장애물 속에서 수퍼바이저는 방패막이가 되어주어야 합니다. 선수(수퍼바이지)들이 보다 경기에만 집중하여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도록 감독(수퍼바이저)이 불합리한 판정에 대한 심판과의 조율은 책임지고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수퍼바이지들이 현장에서 소진되지 않게 면밀히 상황을 들여다보고 필요할 때마다 적절히 쉬는 시간과 충전의 시간을 부여하는 자세와 센스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수퍼바이지)라도 적절한 휴식과 충전이 없으면 경기력을 오래 유지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수퍼바이지의 역량과 캐릭터에 따라 적절하게 충전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배려해야 더 오래 함께 일할 수 있습니다.

2020-2021 KBL 프로농구가 이제 최종 챔피언결정전만 남겨두고 있습니다.
비록 제가 응원하는 팀은 6강에서 탈락하고 말았지만 이번 시즌 코로나19로 방구석 응원을 열심히 하면서 농구를 통해 또한 사회복지현장을 바라보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시각들을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늘 살아가는 주변에서 사회복지현장과 접목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회복지 실천가 모두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양동훈 칼럼리스트의 더 다양한 콘텐츠는 [양팀장의 슈퍼마켓]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Click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