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서비스원 정책은 공론화돼야 한다
사회서비스원 정책은 공론화돼야 한다
  • 승근배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9.24 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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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서울사회서비스재단부터 2018년 사회서비스공단, 2019년 사회서비스원이 되기까지의 불투명한 과정 이어져
소수 정책결정권자이 주도...시민과 사회복지계는 배제
서비스의 질, 재정부담, 실제 일자리증가 의문, 가장 큰 문제는 격차와 불균형의 조장

사회서비스원의 모태는 서울사회서비스재단이다.
서울시는 지난 2014년부터 서울사회서비스재단을 논의하기 시작하는데 이때의 담당부서는 복지과가 아니라 일자리지원과였다. 즉, 논의의 출발이 복지정책이 아니라 노동정책, 일자리정책으로 접근한다. 당시만 해도 사회서비스분야에 대한 관심은 서비스의 질보다는 노동의 질에 관한 것이었다.

2015년 1월, 서울시는 여러 재단들을 설립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게 된다.
‘낙하산인사, 보은인사라는 프레임으로 박원순시장의 논공행상이 아니냐?’는 언론의 지적이었다. 기존의 서울시가 설립한 공공기관에서 운영할 수도 있는 사업임에도, 굳이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재단을 새로이 만들 필요성은 의문이었다. 자연스럽게 재선을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2015년 10월까지도 이러한 여론으로 인해 서울시의 신규 재단을 설립하는 데에 비판적이었다. 서울사회서비스재단 역시도 그러한 논의의 중심에 있었다.

그러다 지난 2016년 6월, 구의역사고가 발생하면서 직접고용의 이슈가 대세가 된다.
외주에 외주를 주는 간접고용의 형태가 노동의 질을 악화시키고 청년노동자의 삶을 죽음으로 몰았다는 주장은 서울시의 신규재단 설립에 호재로 작용한다.

공공이 사회복지시서비스를 직영하겠다는 서울사회서비스재단에게 있어서 여론이 유리해지는 시기였다. 그리고 같은 달 드디어 서울시 사회서비스재단 타당성보고서의 용역연구가 시작된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재단 타당성보고서 용역연구, 아직도 공개안돼

이 타당성보고서는 5개월 동안 진행되었는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
타당성보고서가 그해 11월에 완료가 되었지만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완료된 보고서는 7일 이내에 공개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인지 공개되지 않았고 아직까지도 보고서는 공개 안됐다.

재미있는 것은 서울사회서비스원의 타당성보고서를 보면 이 당시의 서울사회서비스재단의 타당성보고서를 참고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개되지 않은 보고서를 말이다.

왜 공개되지 않았을까.
굳이 그 이유를 유추해보자면 ‘공개할 필요가 없어졌거나 공개하면 안 되거나’ 둘 중의 하나이다. 공개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은 서울사회서비스재단의 설립이 필요가 없어진 것이고, 공개하면 안 된다는 것은 보고서의 내용이 타당성을 증명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즘에 굴직한 사건이 하나 발생한다. 바로 ‘최순실 게이트’가 대한민국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공개되지 않은 것에는 정치적인 이유도 작용했으리라 짐작한다.

여기서 정보공개청구에 의해 확보된 서울시사회서비스재단의 타당성 보고서를 들여다보자.
타당성 보고서에는 사회서비스재단 설립이 타당하고 재단이 영위하여야 할 사업에 노인장기요양, 아동보육, 장애인활동보조를 든다. 내용이 방대하니 여기서는 노인장기요양을 중심으로 타당성의 문제점을 거론한다.

타당성 보고서의 노인요양원 사업을 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서울요양원의 재정상황과 비교한다. 보고서에는 서울요양원의 연간 수익이 1억 2천만원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몇몇 언론보도에 의하면 2015년 당시 서울요양원의 특별회계가 44억원이다.

즉, 수익구조라면 특별회계가 필요가 없을 것인데 1억2천의 수익이 나면서도 44억을 특별회계를 요구했다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다. 300명의 정원을 유지하는 노인요양원이라면 대략 그 정도의 수익이 있을 수 있겠지만 평균연봉이 다른 요양원의 그것보다 상회하고 직원의 복지도 월등한 차이를 두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매우 신빙성이 떨어지는 수치이다.

보고서에는 서울시사회서비스재단이 6개의 요양원을 운영할 때의 비용추계를 담고 있다.
내용을 보자면 2018년~2020년까지 3년간 단계적으로 설립한다면 설립 첫해 3억원이 적자일 뿐, 둘째 해부터 예산지원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설립 첫해 50명의 입주자와 20명의 주야간보호 노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면 약 14억원의 수익이, 둘째 해부터는 38억이 수익이 발생한다고도 주장한다. 그래서 발생하는 장기요양시설의 5년간 편익총액은 65,759,321천원이다.

이런 단순 비용추계로 장기요양, 보육시설의 5년간 총 편익은 2천811억원이라는 주장으로 타당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어버린다. 한 마디로 매우 순진한 보고서이다. 또한 문장으로 기술된 내용과 표로 표현된 숫자도 맞지도 않는 매우 어설픈 보고서이기도 하다.

여기까지 기술된 내용을 보더라도 타당성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은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만약 이 보고서가 2016년 11월에 노인장기요양기관이 어려움을 겪고 있던 그 시절에 공개되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엄청난 현장의 지탄을 받을 법 만한 매우 자극적 내용들이다. 한 마디로 ‘그 정도의 수익을 내면서 그렇게 앓는 소리를 하고 노동자의 처우가 그 모양이냐?’ 라는 사회의 도덕적 지탄 내지는, 그 정도의 수익도 못내는 불성실한 법인이요, 운영자라는 무능에 대한 지탄이다.

서울서비스재단타당성분석보고서 발췌
서울서비스재단타당성분석보고서 발췌
서울서비스재단타당성분석보고서 발췌
서울서비스재단타당성분석보고서 발췌

어찌되었든, 타당성보고서에 의하면 수익이 얼마이건 간에 초기에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 것은 기정 사실이다.

노인요양원의 경우는 서울시가 토지구입 및 건물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편익계산에서 제외하였다. 즉, 이 부담은 서울시가 기존 서울시부지나 서울시 직영건물을 운영한다는 전제조건이었는데 추가적으로 요양원을 운영하고자 한다면 초기 투자비용은 급격하게 상승한다.

서울시가 계획한 사회서비스재단의 필요충분조건은 막대한 재정부담이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이러한 재정부담을 감내하면서까지 서울시 사회서비스재단을 설립하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이렇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노인요양원의 공급이 더 필요하다. 즉, 다른 지방도시에 비해 노인요양원의 공급률이 현저히 낮다. 그런 이유로 서울시 노인들은 경기도 외곽이나 지방 중소도시, 또는 노인병원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서초구만 해도 노인요양원의 총 정원수가 2019년 현재 300베드 가량이다. 말도 안 되는 수치이다.
노인요양원이 공급이 안 되는 이유는 임대비용, 신축비용이 민간에서는 감내할 수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즉, 공공이 나서지 않으면 공급이 수요를 형성할 수 없는 모순적 시장상황이라는 것이다.

보육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육의 공립비율을 높이기로 서울시가 공약한 이상은 어차피 공공이 들어가야 함으로 사업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즉, 서울시사회서비재단의 구상은 서울시이니까 필요했던 것이고 서울시의 재정이 뒷받침이 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이 외에 여러 난제들이 있었지만 그 난제들보다도 공공의 서비스가 필요한 지점이 명확히 있었고 일자리의 증가 측면도 있었던 것이다.

서울사회서비스재단 타당성 분석 보고서의 두가지 오류

이외에도 서울사회서비스재단 타당성 분석 보고서는 두가지의 오류를 가지고 있다.

우선 타당성 분석 보고서의 비용편익분석이다.
비용편익분석은 다양한 정책대안들 중에서 비용과 편익을 비교분석해 선택하는 것이다. 서울사회서비스재단 경제성 분석은 다른 대안들을 비교하지 않았다.

단일 대안으로 환산수치가 '1'이 넘었기에 경제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다. 다른 대안들도 '1'이 넘을 수 있지만 다른 대안들은 고려되지 않았다.

두 번째 오류는 유사중복사업 검토이다.
유사중복사업 검토는 사회서비스재단과 유사 단체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서비스재단이 영위하고자 하는 '사업'의 유사중복성을 검토해야 한다.

보육, 장기요양, 활동보조가 이미 시장에서 민간에 의해 영위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중복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도 억지이다.

이러한 서울사회서비스재단의 타당성 분석 보고서의 오류는 서울사회서비스원의 타당성 분석 보고서에 영향을 주었다. 분석기법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의 사회서비스원시범사업 타당성 분석 보고서를 보면 이런 형태를 취하고 있음으로 공개되지 아니한 서울사회서비스재단의 미친 영향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자세한 타당성분석보고서의 오류는 이미 ‘사회서비스원 사업 선택, 재고돼야 한다’ 의 칼럼에서 밝혔음으로 참고하기 바란다. (http://www.welfareissue.com/news/articleView.html?idxno=1313)

2016년 11월,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보고서는 공개안된다. 그리고 서울시사회서비재단의 사업추진도 숨고르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묘하게도 최순실게이트가 터지고 박근혜가 대통력직에서 탄핵을 당하면서 기사회생의 기회를 맞는다.

2017년 1월, 더불어민주당의 경선이 시작된다. 이때 사회서비스재단은 박원순시장의 일자리정책으로 등장한다. 다시 한번 확인하지만 복지정책이 아니라 일자리 정책이다. 그러나 박원순시장은 대권을 포기하게 되고 동년 3월 문재인 캠프에서 박원순표 정책으로 수용된다. 그리고 주요 정당의 주요 공약으로 채택되면서 마침내 사회서비스공단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다.

장미대선으로 19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문재인이 선출되고 마침내 사회서비스재단은 사회서비스공단으로 기사회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2018년 3월, 보건복지부에서 사회서비스 소포럼으로 사회서비스공단을 다루기 시작했으며 그해 5월 현재 계류 중인 사회서비스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통해 사회서비스원으로 등장한다.

2019년 1월에 서울특별시 사회서비스원 설립 및 운영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고 동월에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이 전국에 공모되었으며, 동월에 시범사업 지역이 선정된다. 법보다도 조례제정이 빨랐다. 그리고 그 법은 아직도 계류 중이다. 무엇이 급한 것인지, 조례에 의해 먼저 명명된 사회서비스원을 법에서 채택했다. 법도 없고 예산도 책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이 추진되는 형국이다. 만약 다른 법안이었다면 사회복지현장은 이렇게 조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의 사회복지현장은 어떤 입장을 취했을까?

2017년 1월부터 2019년 1월까지 2년까지의 행정을 들여다 보자.
시범사업이전까지 사회서비스원에 관련된 공론화는 단 한번도 없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주최한 19대 대선 정당별 사회복지공약에 관한 대회가 한번 있었을 뿐이다. 당시 사회복지사들과 사회복지계는 환호하였다.

공공일자리라는 미명아래의 환호였지만 말 그대로 공공의 일자리 정책에 환호한 것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단지 ‘공공이 사회복지 일자리를 만든다.’ 는 것뿐 아무런 내용이 없었다. 사회서비스원이 어떻게 만들어질 것이고 어떤 사업을 영위할 것이고, 향후의 방향이 어떻고 그것이 한국의 사회복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공론화되지 않았다.

단지 소수의 60명이 모인 사회서비스 소포럼에서 공식적으로 5회 정도 모인 것이 전부이다. 60명이 누구인지도 모르며 그 내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지역사회와 사회복지사들과 공식적으로 만난 적이 단 한번도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 한번도 이의를 제기한 적도 없다.

사회서비스원, 무엇이 문제인가

사회서비스원의 첫 번째 문제는 공론화 되지 않은 점이다. 선봉에 서 있는 서울사회서비스원은 정말이지 아무 것도 없었다.

거버넌스, 협치, 사회계약을 부르짖는 서울시가 단 한 번의 공론화 과정 없이 급속도로 일을 추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남, 대구의 경우도 비슷하다. 단지 경기만이 시간이 지연되어 지탄을 받았다.

왜 그랬을까? 
경남과 대구의 경우는 지역현안이 확연했다. 두 지역은 일자리정책보다는 지역현안이 우선이었고 공론화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지역에서 흐르는 문제의식과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기대가 맞물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공론화 과정 없이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이 진입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 경기의 경우에는 실제 사업영역에 대한 고민이 컸다. 다른 지방과 비교해 서울의 지역적 현안과도 유사하나 지역이 서울보다 넓게 포진되어 있고 재정에 대한 부문도 고민이 컸기 때문에 쉽게 진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그러하니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의견수렴이 필요했고 그것이 시간이 지연된 이유이다.

공론화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사회서비스원의 설립자체가 아니라 어떤 사업을 영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다루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사업영위 분야에 대한 다양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민간이 사회서비스 영역에 진입하여 사업의 포기를 하는 것도 사회서비스 공급에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공공이 사회서비스 영역에 진입하면 사업의 포기자체가 힘들다. 일단 진입하면 끝까지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럴려면 어떤 사회서비스 영역이 공공이 하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해선 거시적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사회서비스원 시범사업의 사업영역은 소수의 정책결정권자에 의해 주도되었다. 정책결정권자는 거시적인 사회서비스 시장상황이나 시민의 삶의 질보다는 일자리영역, 고용지표를 중심으로 정책결정을 내릴 소지가 크다. 어차피 일자리가 주요 관심사인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공론화되지 않은 이유로 사회서비스원이 선택한 사업영역으로 인해 사회복지현장의 전달체계의 왜곡이 어떨하지는 이미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사회서비스원이 공급자 돼선 안된다’ 칼럼에서 밝혔음으로 참고하기를 바란다. (http://www.welfareissue.com/news/articleView.html?idxno=1396)

사회서비스원의 두 번째 문제는 실제 일자리는 증가하지 않고 비용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경우에는 앞서 밝힌 바대로 어차피 해야 할 사업이었다. 즉,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공공이 진입하면 일자리는 증가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지방은 어떠한가. 민간일자리를 빼앗아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형국이다.
사회서비스의 포화상태에서 공공이 진입하면 시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공공일자리에 대한 선호와 함께 실제 공공일자리에 취업하면 처우나 고용에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음으로 인력들이 공공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것은 기존 민간의 사회서비스 공급자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런데 모순적인 것은 공공의 일자리가 민간보다 좋은 것은 임금과 처우의 차이이다. 그것은 시민들의 세금에 의해서이다. 서울시를 보자. 부족분을 세금으로 충당하려고 한다. 세금으로 임금을 올려주고 재정이 넉넉하니 연가와 휴게시간을 보장해 준다면 이것이 경쟁인가. 

굳이 세금으로 운영 적자분을 보존해 준다면 민간 공급자에게 지원해줘도 임금과 처우가 나아질 것이다. 현재 민간 사회서비스공급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 노동자의 처우가 형편없는 이유는, 부족한 수가와 보조금이다. 예산 자체를 부족하게 디자인하고 부족분을 민간에서 충당하게 만들어버린 현재의 시설정책에서는 어려움이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적자분의 보존을 공공은 가능하고 민간은 불가능한 것인가?’ 

분명 사회서비스원 설립 당시의 복지부는 추가재정지원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사회서비스원 타당성 분석 보고서에는 추가재정분을 밝히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원 추진현황와 향후계획(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지원과)발췌
보건복지부의 사회서비스원 추진현황와 향후계획(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지원과)발췌
서울사회서비스원 타당성분석보고서 발췌
서울사회서비스원 타당성분석보고서 발췌
서울사회서비스원 타당성분석보고서 발췌
서울사회서비스원 타당성분석보고서 발췌

세 번째 문제는 서비스의 질이다.
과연 사회서비스 질이 좋아질 것인가. 처우와 임금 수준이 나아지면 서비스 질이 높아질 것이라는 상상, 공공이 하면 투명할 것이라는 상상은 너무나 순진하며 망상이다.

공공의 관료화로 인한 공공서비스의 질 저하 문제를 잊었는가. 복지부동이란 말을 잊었는가. 보건복지부사회복지시설평가에서 기초자치단체에서 직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의 평가가 낮다는 것을 잊었는가. 

처우가 임금수준이 서비스 질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모든 것이 아니다. 서비스의 질은 인력의 양과 질이다. 그리고 끊임없는 조직의 혁신이 그것을 담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회서비스원에서 운영하는 사업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인재들이 아니다. 기존에 사회복지서비스에서 종사하던 운영자들이고 노동자들이다.

과연 그들이 공공에 진입하였다고 해서 없던 동기부여가 샘솟고 새로운 서비스 기술이 태동할 것이라 보는가. 

네 번째 가장 심각한 사회서비스원의 문제는 불균형과 격차이다.
광역마다 사업의 영역을 달리할 것이다. 사회복지가 지방에 환원되면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우리는 이미 경험을 했다.

그래서 외쳤던 것이 사회복지의 중앙환원이다. 지방과 중앙의 불균형, 임금과 처우의 격차 등은 사회복지계가 안고 있는 심각한 현실적 고민이다.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런 고민들이 핵심이슈였다. 그런 이유로 사회복지는 국가에서 맡아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일관된 주장이었다.

그런데 광역마다 사업을 달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사회서비스원은 예산과 비용의 문제로 모든 사회서비스를 흡수할 수 없다. 사회서비스공단이 공약으로 나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많은 사회복지유형과 시설들을 대상으로 공공화가 추진될 것이라 기대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서울의 경우에도 2022년까지 전체 노인요양원의 5%가 점유하는 것이 목표이다. 서울사회서비스원에서 운영하는 5%의 노인요양원과 민간에서 운영하는 95%의 노인요양원의 처우와 임금 격차는 사회복지 지방환원보다 더 심각한 문제이다. 점점 더 비율을 높이면 된다고 주장할 수 있겠지만 그 기간이 얼마나 소요될지 가늠할 수 없고 그 시간동안의 격차는 오로지 노동자들이 감내해야 되는 것이다.

이런 격차는 사회복지계의 숙원과제 중 하나인 단일임금체계를 후퇴시킨다.
시설유형이 지역적으로 천차만별인 상황에서, 공공과 민간이 경쟁하는 구조를 만들고서는 단일임금체계는 이루어질 수 없다.

사회서비스원의 사업영역을 일부 지역에만 국한해서 생각해서는 안된다. 보다 넓게 전 국토의 사회서비스를 모두 논의의 장에 올려 놓고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데 한 번도 꺼내 본적이 없다. 공론화가 없었다. 공론화가 되면 이 이야기는 쉽게 매듭질 수 없다. 지역의 편차, 재정 문제, 서비스의 질 등의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을 것이다. 사회서비스원의 사업영역을 광역에 일임한 이유이기도 하다.

무언가 좋은 뜻이 있어서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접어라.
그렇게 광역으로 나눠 놓고 광역자치단체에 일임해야 사회복지계가 똘똘 뭉치지 못하는 것이다. 그렇게 지역과 지역이, 시설과 시설들이 분절되게 될 것이다. 너무나 모순적이다.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중앙환원을 주장하던 사회복지계가 사회서비스원이라는 한 번도 공론화되지 않은 일자리정책을 덮썩 물면서 발생한 모순적 상황이다.

누가 물었는가. 그렇게 똑똑하던 학계는 어디에 있는가. 그렇게 사회복지 현장의 입장을 대변하다던 노동조합을 어디에 있었고, 협회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차라리 몰라서 침묵한 것이 잘한 일일 수도 있다. 공공일자리에 대한 환상에 젖어, 박원순 시장이라면 아무런 비판과 대안 없이 박수치던 그 사회복지 리더들이야 말로 이 시대의 사회복지 적폐이다. 지금이라도 그렇게 앞장섰던 사회복지 리더들이 공론화를 주도해 주기를 희망한다. 아직 시간은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사회서비스 공급자와 노동자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어떤가. 

이러한 격차는 고스란히 그분들에게 전가된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으며 서울사회서비스원이 운영하는 5%의 노인요양원에 입소한 노인은 최대의 서비스를 받을 것이고, 95%의 민간에서 운영하는 서울소재의 노인요양원이나, 지방의 민간에서 운영하는 노인요양원에 입소한 노인은 격차를 고스란히 감내하여야 한다.

이들은 똑같이 노인장기요양보험료를 분담한 분들이고 사회발전에 공헌한 분들이다. 그런데 왜 그런 격차에 의해 희생되어야 하는가.

서울 사회서비스원의 장애인활동보조 서비스를 받는 서울시 중증의 장애인과 지방의 중증장애인, 출발이 같아야 하는 아동들이 서울과 지방의 차이로 인해, 공공과 민간의 차이로 인해 격차를 감내해야 한다면 이것은 옳은 정책이 아니다. 사회서비스는 평균적이어야 한다. 격차가 있어서는 안 된다.

지역아동센터를 보자.
공공이 만든 지역아동센터와 민간의 지역아동센터의 격차를 보았는가. 서울의 지역아동센터와 지방의 지역아동센터를 보았는가. 왜 우리 아이들이 서비스 격차를 감내하여야 하는가. 

다시 한번 강조한다. 사회서비스원은 전체를 포괄하지 않는다.
공공의 일자리를 만든다고해서 환호했겠지만, 하나의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100%의 사업을 영위하지 못한다. 재정의 문제다.

스웨덴의 경우도 공공 노인요양원 비율이 50%이다. 이제 시작하는 대한민국의 사회서비스원은 강산이 몇 번이 바뀌어도 50%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일자리 정책이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노인장기요양, 장애인활동보조을 손대야 한다. 보험료와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추가 재정에서 자유롭고, 일자리 수를 늘리기에 용이하다. 만약 복지정책이었다면 아직 손대지 못한, 그리고 너무나 중요한, 100%를 점유할 수 있는 사회서비스영역에 진입했어야 한다.

격차를 줄이고, 서비스와 노동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 재정부담도 고민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대안은 단 하나다. 지금이라고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내야 한다. 만약 이를 방기한다면 격차는 불 보듯 뻔 하기 때문이다.

사회서비스원 정책은 원점으로 돌아가 시민들과 사회복지계를 중심으로 공론화돼야 한다. 그리고 사회서비스원이 복지정책인지 일자리정책인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에 따라 어떤 사업을 영위할 것인지를 전국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복지차원에서 이야기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논의 중심의 핵심은 격차이다. 정책이 격차를 줄여야지 격차를 조성하는 정책은 복지정책이 아니다.

아직 시범사업이고, 법안도 계류 중이다. 공론화될 시간은 있다는 뜻이다.

사회복지 현장, 학계가 나서주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