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색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볼까? ①
어떤 색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볼까? ①
  • 이혜주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7.1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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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초등학교 미술시간 때, 수수깡을 이용해 안경을 만들어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안경의 완성을 위해서는 셀로판지가 필요했지요. 파랑색 셀로판지를 붙인 수수깡 안경을 쓰면 온 세상이 파랗게, 빨강색 셀로판지는 빨갛게, 그리고 노랑색 셀로판지는 노랗게 보였습니다.

이 수수깡 안경은 사회복지 현장에도 있습니다. 바로 클라이언트를 만날 때 우리가 쓰게 됩니다.
클라이언트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를 중심으로 바라볼 것인지, 혹은 비록 지금 어려운 상황이지만 견뎌올 수 있었던 강점을 중심으로 바라볼 것인지 그 셀로판지의 색깔을 내가 선택합니다.

이왕이면 강점관점을 장착한 안경을 썼으면 좋겠습니다.
내 앞의 클라이언트가 많은 문제들을 호소하고, 연약한 존재로 느껴진다 하여도 지금까지 견뎌온 그 분만의 강점이 분명 있을 것이며, 본인도 모를 수 있는 그 강점을 발견하고 찾아내어 당사자에게 알려주고 어려움을 해결하는 실마리로 삼는 것입니다. 사회복지사가 전문가인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저는 많은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하고, 당사자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그 강점을 찾아 문제해결의 실마리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동네노인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시는 할머니 한 분은 함께 지내시는 보호자로부터 살뜰한 보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래서 우리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매일 아침 센터에서 씻겨 주십니다. 선생님들께 참 고마운 마음입니다. 어느 날, 저는 그 어르신의 머리 상태를 보고 있었습니다. 머리를 감겨 드려야 할까, 안 해도 괜찮을까. 가능하면 애쓰시는 선생님들이 쉬셨으면 하는 마음에 오늘은 씻지 말자고 선생님들께 말씀드리려던 찰라, 옆에 계신 다른 할머니가 “아이고 우리 OO, 그 새 흰머리가 더 늘었네” 하시며 안쓰럽게 그 어르신의 머리를 만져주셨습니다.

같은 어르신이지만 저는 우리의 손이 가야 하는 씻김의 대상으로, 한 어르신은 점점 늙어가는 안쓰러운 내 동무로 바라보셨던 겁니다. 이날의 경험은 전체회의를 통해 우리가 어르신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으로 이끌어 주었습니다.

이미 현장에서는 교육과 워크샵, 어러 책들을 통해 강점관점은 익숙한 실천 기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강점관점 실천이 서류, 서식에만 머물러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약점이나 단점은 아주 짧은 순간에도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지만 강점은 아무리 살펴봐도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더군다나 강점을 크고 대단한 요소로 생각해서 찾으려 하면 더 안보이기도 합니다.

‘관점’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기에 내가 결정할 수 있습니다. 강점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다면 내가 매일 대하던 일상을 다르게 보는 연습부터 하시면 좋겠습니다. 씻김의 대상이 아닌 ‘ 안쓰러운 내 동무’로 바라보셨던 우리 어르신처럼요.

다음 글에서는 강점관점으로 어떻게 실천했는지 사례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흔히 약점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상황이 어떻게 달라지면 강점이 될 수 있는지도 살펴 보겠습니다.